지난 이야기😱: 불안장애가 극심해진 필자는 덜덜떨면서 정신과를 갔고, 약을 더 받아오게 되는데… -------------------------- 루룰루랄라링 기분좋은 하루다. 요새 EBS문학작품을 읽으며, 좀 뇌를 쉬게 하고 있다. 뇌가 쉬니까 정신력도 돌아온다. 생각보다 약효는 빨리 찾아왔다. 아무래도 SSRI 양도 확 늘었고, 아리피프라졸까지 들어왔으니 그럴만도 한 것 같다. 당장 전날밤에 먹은 약은 다음날 아침 내 머리를 바꿔놓았다. 비유하자면 멍한데 또렷하다. 마치 누가 내 대갈통을 망치로 한대 깡 후린 것 같은데, 집중은 또 잘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부정적 상념은 그 멍함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아리피프라졸 사랑해요!!!! // 약물은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세요. 마약중독은 국번없이 1336.
학원이 끝나고 돌아와서, 부모님과 얘기를 나눴다. 필자는 ADHD에다 대인기피증까지 있기에 보통 방구석에서 짱박혀 있는데, 흔치 않게도 내가 먼저 정신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이다. 약발이 참 좋나보다. ㅋㅋㅋ
부모님은 노력과 의지를 강조하셨고, 핑계를 대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ADHD인 나를 이해는 못하겠지만, 다 잘될거라면서 다독여 주셨다. 말투는 혼내는거같지만…뭐 원체 아빠와 나는 평행선을 달리는 성격이니까. 아빠 성격을 바꿀 순 없잖나. ㅋㅋㅋ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시는 ADHD 환우, Paramita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ADHD는 핑계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중요한 '이유'는 될 수 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행동을 ADHD라고 치부할 순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이 부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의 몇 배로 노력하여 국어와 영어를 1~2등급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탐구도 5-6등급을 기던 것을 2-3등급으로 끌어올린 게 나다. 수학이 안 올라서 그렇지 싯팔…ㅜ
난 이 노력에 자부심을 가진다. 재능이라고? 인정한다. 언어능력은 타고나긴 했다. 그렇지만 내가 만년 3등급이었던 과목들을 올리는데 쏟아부었던 노력과 의지를 알기에 부모님이 말씀하진 ‘노력' ‘의지’ 가 마냥 꼰대의 의지드립이나 노오력이라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러면 정신병 걸린다. ㄹㅇ. 백퍼.
노력이 전부라는 소리가 아니다. 같은 ADHD 환자인 내가 그런소릴 어떻게 하겠나. 노오력과 의지로 되는거였으면 내가 정신과를 왜 갔을까. 진작에 의대가서 싱글벙글 했겠지. 우리는 좀 나쁘게 말하면, '발달장애'의 범주에 속하는 그냥 일상생활 가능한 환자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주위를 살피고, 집중하려 노력하고,치료하고 나아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ADHD여서 안된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엔 그저 ADHD를 핑계로 게으름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사회가 그렇다. 결과는 언제나 차갑다. ADHD라고 봐주는 것? 없다. 의대 ADHD전형 신설좀 ㅋㅋㅋ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노력해야한다. ADHD를 핑계로 삼고 남의 동정이나 연민을 바라면 안된다. 우리가 약을 먹고, 삶이 나아지는 과정을 커뮤니티에 남기고,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것은 어쩌면 ADHD가 우리에게 게으름을 이겨내고 치열하게 노력할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을 부여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ADHD는 가장 끔찍한 저주이자 가장 찬란한 축복일 수 있다.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남들의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우리는 ADHD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하! 너 이 쥰내 멋있는 새끼. ---------------잡설 끝--------------- 우짜다 얘기가 이쪽으로 흘렀지. ㅋㅋㅋㅋ ADHD 해버렸잖어~ 그저 한 ADHD 환자가 생각하는 잡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아무튼 다시 약 얘기로 돌아가면, 콘서타를 36mg에서 27mg으로 다시 감량했다. 아무래도 콘서타가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다보니 심장이 마구 두근대기 시작했고, 메스꺼움이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꼴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편이 좋다 하셨지만, 알다시피 아침엔 입맛이 안 돈다. 그래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는편이라, 더욱 약효와 부작용이 강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도 집중이 잘 된다, 강의 들을때 졸지 않을 수 있다며 나아지고 있다는 내 말을 들으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효과가 있네요. 다행입니다. 수능 잘 보시고, 11월 18일에 다시 볼게요. 힘내세요.” 라고 하셨다. 아마 의사로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이란 이런 것이겠지. 환자가 더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삶. 어떤 기분일까. . . . 하늘이 맑다. 노오란 은행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쨍한 햇빛이 따스하게 날 비춘다. 무슨 영문인지, 원래는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갑자기 걷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ADHD 증상이려나?ㅋㅋㅋ 그렇지만, 난 그 기분 좋은 충동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난 다시 학원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11월 6일 목요일의 치료일지 끝. 💩필자의 말: 오로지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ADHD는 중증도도 사람마다 다르고, 우리는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모든 사람에게 노력과 의지를 강요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로 상처받고 자존감이 박살나도, ADHD 특유의 엄청난 회복탄력성을 가진 우리는 뭐든 시도하고, 해낼 수 있습니다. 몸이 이끄는 대로, 당신을 믿어봐요. 우리 조금만 더 힘냅시다. 오늘이 그랬던 것처럼, 내일도 아름다운 하루가 되길… -수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세상다내꺼' 님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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