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다고 생각한 마흔세 살의 어느 겨울날, 2026년 1월 15일은 내 인생의 시계추가 새로이 움직이기 시작한 날이었다. 병원 문을 나서며 손에 쥔 진단명 'ADHD'. 그것은 낙인이 아니라, 40여 년간 엉켜있던 내 삶의 실타래를 한 번에 풀어주는 마법 같은 열쇠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늘 '느린 아이'였다. 다섯 살이 넘어서야 겨우 입을 뗐고, 또래들이 한글을 떼고 구구단을 외울 때 나는 늘 그들의 뒷모습만 바라보아야 했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3학년때 외운거 같아요. 숙제보다는 오락기에 매달렸고, 머릿속엔 늘 거대한 전쟁이 펼쳐지는 망상이 가득했다. 동화책을 읽을 때면 글자들이 춤을 추는 듯 어지러웠지만, 나는 그것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사회에 나와서도 나의 뇌는 여전히 변덕스러웠다. 창의력이 필요한 특허나 개발 분야에서는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정작 책상 위는 늘 난장판이었고 공문서 하나를 작성할 때조차 사소한 오타가 발목을 잡았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기사 자격증에 매달렸으나,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머릿속을 맴돌다 흩어지는 고통 끝에 결국 포기라는 이름의 마침표를 찍었었다. 안되서 포기했다가 다시 용기를 얻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침 8시, 콘서타 한 알을 삼키며 시작하는 나의 오늘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이다. 도파민의 재흡수를 막아주는 그 작은 약 한 알이 내 뇌의 고장 난 회로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 주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터넷 강의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고역이 아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제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몰입의 즐거움을 느낀다. 밤이면 찾아오던 불면과 낮이면 쏟아지던 무거운 졸음도 안개처럼 걷혔다. 10년 전, 나를 절망하게 했던 그 자격증 공부가 이제는 흥미진진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현재는 매우 재밌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시험이 마치 게임처럼 재미있네요. 물론, 너무 깊은 몰입에 빠져 뇌가 타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제는 50분간 치열하게 달리고 나면, 10분 정도는 조용히 뇌를 식혀주는 쉼표를 찍으려 한다. 뇌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집중을 위한 도구가 남들과 조금 달랐을 뿐이다. ADHD가 선물해 준 창의력은 소중히 간직하고, 약물의 도움으로 꼼꼼함을 채워가며 나는 오늘 두 번째 인생의 첫 페이지를 쓴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 나의 뇌에게,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이제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단지 조금 다른 속도와 방법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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