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주최한 ADHD 모임에서
‘완벽주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임을 열면서부터
이 주제가 쉽게 정리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 들어갔어요.
완벽주의라는 말이 워낙 익숙한데도,
막상 자기 이야기로 가져오면
다들 한 번쯤은 멈추게 되는 단어라서요.
실제로 모임 초반은 꽤 조용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설명하기보다는
워크북 질문을 하나씩 함께 읽고,
각자 떠오르는 장면을 천천히 바라보는 식으로 시간을 열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같은 ‘완벽’이라는 단어 앞에서도
사람들이 떠올린 장면이 전혀 달랐다는 점이었어요.
누군가는 회사에서 기안서를 쓰던 순간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한 문장, 한 행동을 계속 고치던 기억을 꺼냈고,
또 어떤 분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오히려 에너지가 살아났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대화를 따라가다 보니
완벽주의는 단순히 기준이 높아서 생긴 성향이라기보다,
각자가 안정감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온 방식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평가받지 않기 위해,
관계를 지키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고 싶어서
완벽이라는 전략을 써왔던 거죠.
저 역시 “완벽주의를 다룬다”기보다는
완벽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각자의 이유를
같이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이 더 강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한 게 아니라,
사실은 완성을 원했던 것 같다”는 표현이었어요.
외부 기준을 맞추느라 지쳤던 경험과,
자기 기준으로 끝까지 가고 싶었던 욕구가
그 한 문장에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주최자로서 이 모임이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괜히 열었나?’ 싶은 마음과
‘그래도 이런 자리가 필요하긴 하다’는 마음이
아직 제 안에 같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어제만큼은
완벽해지려고 애쓰기보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잠시 허용해보는 시간이
이 공간 안에 존재했습니다.
이 글도 어떤 결론이나 교훈을 전하기보다는,
제가 주최한 첫 모임을 지나오며
남은 장면과 질문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씁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완벽’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수희코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even-nice 스레드 : @moon_love_you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