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격한 언어가 나올 수 있으니, 우리 상냥하신 에딧디 분들은 알아서 걸러주시리라 믿습니다... ㅜㅜ
불안장애와 우울장애, ADHD, 대인기피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 진단 받았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주의력 향상용 콘서타를 2주만에 18mg에서 27mg를 거쳐 36mg으로 증량했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고 재수학원 자리에 앉았던, 그저 그런 하루였다. 콘서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찼던, 그날로부터 단 2주 뒤였다. 내가 멈출 수 없는 그 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수험생에게 불안은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같은 존재이다. 어쩔수없이 수능까지라는 기한이 있고, 공부량과 목표가 일치하지 못할 때는 당연히 불안할 수 있다. 혹자는 필자에게 니가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느니, 공부를 열심히하면 불안이 사라진다고 뭐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다… 적어도 필자에겐 그게 줜나게 힘든 일이다.
그날도 아침식사를 먹고, 콘서타를 복용한 뒤 1교시 수학 수업에 들어갔다. 필자는 ADHD 진단을 받은 뒤로, 눈에 방해되는 잡것(?)들이 안 보이도록 최대한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는 편이다. 여느 ADHD 환우들처럼 상념이 지나갈때면 그동안 살아온 처세?술법으로 다시 눈을 부릅뜨고 집중을 했다. 그때였다. ADHD이자 의사를 꿈꾸는 나에게 제일 절망적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 상념이 떠오른 것이다. 필자는 이번 26 수능을 준비하면서, 온몸을 내갈았다. 하루에 카페인 600mg는 우습게 먹었고, 매일 심야자습을 신청해 12시까지 자발적으로 남아서 공부했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걸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발작성으로 졸음이 찾아올 떄면(ADHD 환우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 3 4 5 6교시 내내 선채로 공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모조리 갈아서 뛰어들었지만, 성적은 쉽사리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당연하다. ADHD는 집중을 더럽게 못한다.) 그로 인해 우울증에 빠졌다. 의대 가겠다느니, 정말 열심히 하겠다느니 큰소리는 뻥뻥 쳤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성적표는 냉정했다. (내가 지능이 떨어지느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영재교육원에 과학부 장관상까지 타 본 사람이다. 지능에는 문제가 없다) 적어도 같은 반 아이들은 이겨보겠다면서, 용의 꼬리는 못 되어도 뱀의 머리는 되어보겠다면서 발악했던 내가 병1신 같아 보였다. ADHD를 확실하게 진단받은 것은 수능 약 3주 전. 그때부터 공부한다 한들 뭘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시간이다. 콘서타로 각성효과를 얻으면서 제정신은 차렸지만, 제정신으로 나를 보니 그동안의 나는 미친듯이 몸과 마음을 갈아가면서 1단 기어를 넣은 모닝으로 KTX를 따라잡으려고 하고있던 것과 똑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념이 들자마자,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 인생은 어떡하지? 이 강의가 지금 내 빡대갈통 안에 들어와서 수능성적 향상에 효과는 있는겨? 지금 듣고있는 미적분 수업은 이해도 안되고, 미적분 개념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수능을 망칠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ADHD가 나아져서 뭐해? 수능 이제 20일도 안남았다. 끝나면 어떡하지? 부모님께 의대갈때까지 수능보고싶다고 말해? 절대 안되겠지. 근데 지금 내 상태로는 1년도부족할거같은데, 군대는 어떡하지? 교재비는? 병원비는? 약값은? 독서실비용은?……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수업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맨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나가서 서서, 마음을 가라앉히길 시도했다. 효과는 없다. 덜컥 겁이 난다. 심박수가 급증한다. 정신병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 아무것도 할수가 없고, 극도로 불안하고 우울, 예민한 상태로 덜덜떨면서 환자자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습이 될 리가 없다. 그냥 우울장애, ADHD 정보글만 정리하다가 하루가 갔다. ------------------------------- 그리고 오늘이 왔다. 의사 선생님께 쓰러지듯 달려가서 신세한탄을 늘어놓았다. 불안장애가 심각해진것 같다고 하신다. ADHD의 창의적(?) 상념들이 불안증, 우울증과 결합하니 부정적 상념들이 펑펑펑 내 두개골 속 우동사리에서 개판을 치는 그야말로 환장의 콜라보가 탄생한 것이다. 결국 의사쌤은 안타깝다는 눈빛과 함께 콘서타는 36mg로 유지하되, SSRI 항불안제 용량을 훅 늘려주시고 아리피프라졸도 처방해 주셨다. 이틀 뒤에 오라는 말과 함께, 터덜터덜 약봉지를 들고 진료실 밖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이 불안이 끝나기는 할까. 나는 왜 씨1발 이 모양인가. 끝없는 자기 비난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그래도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내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튜버 ‘발젭’의 명대사, 내일은… 다르지 않을까?
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면서, 병원 건물 밖을 나섰다. 울적한 내 기분과는 반대로, 비극에서 나오는 클리셰마냥 하늘은 푸르고 화창한,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치료일지인지 칼럼인지 신세한탄인지 모를, 오늘의 ADHD 일지 투고 끝. ------------------------------- 📣 필자의 말 이 글은 명예의 전당에 있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paramita 님의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필자는 글짓기 능력이 매우 부족한 관계로… 적당히 문해력 좋으신 우리 커뮤니티 회원분들이 잘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커뮤니티 활성화와 다이어리 같은 느낌으로 글을 투고해보려 합니다. ADHD인 만큼 의지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갑자기 글이 안올라온다고 해서 놀라진마셔요. ㅋㅋㅋ 우리모두 힘냅시다. 오늘처럼 내일도 아름다운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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