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보 삭제글>
1. 병원추천 요청 (병원 판단기준은 저마다 다름)
2. 병원, 심리센터 포함 특정상호 언급 (광고로 활용될 소지)
3. 자해, 욕설 등 유해한 내용 (부정적 감정 전이)
기타 삭제 사유는 공지 참조
지난주, 정말 잘하고 싶었던 전공 시험의 답안지를 백지로 제출하고 강의실을 울면서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운좋게 들어오게 된 원하던 대학교에서 그토록 바라던 학문을 공부하며 꿈꿔온 미래로 가는 길을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제 손으로 직접 부숴오며 살아왔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다음엔 다를거다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 속에 어거지로 끌고 온 3학년 2학기, 군대도 다녀오고 교수님들과 교내 심리 상담사, 제가 다니고 있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치료도 받고 있지만 학점은 2점 초반대에 저를 향한 응원과 격려를 매학기 져버리며 아무리 돌아도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악화되는 상황이 이젠 감당하기 힘듭니다.
지난 1년간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왔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책상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어느새 바뀐 관심사와 순간적인 충동들에 휘둘려 낭비해 온 시간들, 해야 하는 일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걱정과 주저함으로 지세운 수 많은 밤들, 치매라도 걸린듯 순간적인 생각과 행동에 잊혀지고 미뤄진 수많은 일들을 바라보며 내 모습이 바뀌길 간절히 바라며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들이켜 온 지금의 저는 제 의지만으로 나아질 수 없는 전문적이고 확실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걸 깨달았습니다.
또래의 남들과 다르게 뒤쳐져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아 자퇴나 휴학만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쳐다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지난 수년간 바래왔던 길조차 재대로 가지 못하고,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들조차 재대로 해내지 못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더 이상 학교 생활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휴학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린, 나아지기는 커녕 지금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는 결정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제 손으로 제 꿈을 부숴버리는 일 정도는 멈추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