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에서도 썼지만 사실 @란 걸 알게 된 이후 실질적으로 무언가 바뀐 건 많지 않아요.
약을 먹기 전에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였고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고도의 집중이 장시간 필요하다보니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뿐이라서요. 생활패턴은 좀 더 철저히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약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아마 최선을 다 해도 제가 느끼는 불편함들 대부분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들일거라 생각합니다.
@라고 알게된 것이 저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을까 가끔 생각해 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전 @로서 제가 느끼는 불편함이 아주 심각하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건 제가 지금 특수한 상황과 환경에 있어서 그런것 뿐이고, 평균적인 기준의 일처리에서 실수가 잦다거나 사고를 친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인걸 알고 그 특성에 대해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제 성격이나 특성 중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전부 @와 연결되어 있단 걸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좋은점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점이나 제가 어려워하는 사회생활 상의 곤란함 같은 것들이죠.
어느날은 좀 화가나고 슬퍼집니다.
난 내 @의 문제를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힘들어 했구나. 살면서 너무 힘들고 벅찼는데 이게 다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루하루 마주치는 사소한 문제들이 너무 벅차서,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무서워서, 사람들과 맞부딪히며 살아가는 동안 필요이상으로 긴장하고 부담스러웠는데 그게 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싶어요.
전에는 그냥 버틸만한 줄 알았어요. 제 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고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 진단이 늦어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보면 저는 남들보다 훨씬 힘들었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누구나 이런 건 조금씩 있는데 내가 조금 성격이 특이해서 힘든 것 뿐이라고, 남들도 수월하게 넘기는 거니까 나도 수월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참고 살았던 것 같아요.
알고보니 저는 @ 때문에 살면서 굉장히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겪었는데, 그냥 매번 ‘난 왜 이러지, 힘들다’ 하고 속으로 삭이면서, 알지 못하니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런 문제들을 꾹꾹 속에 눌러담아 왔나봅니다.
오늘은 여러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 감정의 정체가 뭘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눈치를 못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힘들었구나 깨닫고 나니까 북받쳐서 눈물이 났습니다.
제가 @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그 친구에게도 요즘 그런 얘기만 자꾸 하게 돼서 조심스러워요. 제가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힘들다 근데 이거도 @ 때문이래 하고 털어놓는게 그 친구 입장에서는 징징거리는 거로 느껴질까봐.
앞으로도 평생을 이런 감정을 혼자서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는 게 좀 무섭고, 외롭네요.

안녕하시오 울프 공 🙂 입주를 환영하오
@로서 그동안 불편했던 점을 지금도 충분히 잘 견디고 계시오 (토닥토닥)
빨리 빨리 극복하려는 마음 대신 천천히 길게 간다고 생각하는게 마음에 더 안정적일수도 있소
@ 때문에 불편한 점을 느끼시면 이 블로그에 쓰시거나 공들에게 이야기 해도 되오
(우리는 언제나 열려있소)
정말 이건 같은 @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아요. 전에는 매번 그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저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남들은 이해 못할 감정인데 이걸 말하면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예민하거나 유난 떠는 사람으로, 꾀병부리는 사람으로 느껴질까봐 가까운 사람들한테도 전부 얘기하질 못했어요. 근데 그런게 다 뚜렷한 이유가 있는거였네요…. 공감할 사람들을 찾게 된 것이 @진단 후 생긴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인 것 같아요 ㅎㅎ
제가 진단 당시 느꼈던 감정과 거의 일치하네요.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ㅎㅎ
저 역시도 adhd로 인한 큰 불편은 없(다고 생각했었)기에 병원에 스스로 찾아가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전 대인관계 문제도 크게 없고 실수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약속도 잘 지키고 매일매일 잘 씻고 닦고 해서 언뜻 보면 네가 뭔 adhd?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일 하다가 저 일로 주의를 전환시키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어 병원을 찾아간 케이스에요.
약을 먹고 효과를 보며 느낀 감정도 님이랑 똑같아요. 세상에 이토록 많은 사소한 문제들이 adhd로 인한 건 줄 알았으면 10년 전에 병원 찾아가는건데! 그래서 만들게 된 유튜브 동영상이 ‘제가 성인adhd인지 잘 모르겠어요’ 시리즈입니다. 안 보셨으면 한번 보시길ㅎ
이제 막 입문하신 만큼 혼란스럽고 여러 가지 감정이 혼재될 거예요. 그래도 이제 우린 일어나는 일만 남은 사람들입니다. 함께 힘내자구요.
저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게 많이 위안이 됩니다. 말씀하신 동영상을 최근에 봤는데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ㅎㅎ 이것도 adhd 때문이었다니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보다 adhd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훨씬 빨리 진단 받았을텐데 말이죠. 처음이라 이 많은 문제들 중 해결책이 있는 건 무엇이고 없는 건 무엇인지 파악해나가는 단계에 있다보니 매 순간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있어요 ㅎㅎㅎ 그래도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힘들기만 했던 전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 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더 힘이 나기도 하구요. 에이앱이 있어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