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받고 나니 많은 게 명확해져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진단 받기 전에 평생 너무 힘들고 괴로웠어서요. 청소니 재테크니 애 제시간에 학교 보내는 거, 그런 남들 다 하는 일상의 일들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어떻게든 해나가려고 죽도록 발버둥치며 살았는데 ADHD가 원인이었다니 좀 허탈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해요.
콘서타를 먹고 나서 정말 생전 처음 해본 일이 뭔지 아세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싱크대 앞에 폰이나 패드를 두고 비디오를 보지 않고 온전히 고요한 상태에서 설거지를 해 봤어요. 너무 좋더라구요 ㅠ
생각해 보면 완전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그저 내게 부족한 걸 최대한 채워가는 노력을 하려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병을 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자료를 읽고 있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으면, 찬찬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일상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하고 있는 몇 가지 노력을 소개해 볼게요.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어떤 분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
1. 양말이나 바지를 신을 때는 꼭 한 발로 서서 합니다.
<ADHD 2.0>에서 주의력을 관장하는 소뇌를 훈련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 밸런스운동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을 때는 눈을 감고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합니다. 집에서는 일할 때 포모도로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작업 30분이 끝나면 5분 동안 밸런스보드를 해요.
2. 운전할 때나 책을 읽을 때 입을 다물고 코로만 길게 호흡하는 연습을 합니다. 특히 마음이 불안하면 잠시 숨을 참았다가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쉬어요.
제임스 네스토의 <호흡의 기술>을 읽고, 비강에서 기도로 공기가 통하는 길을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위빠사나 명상 등을 할 때 호흡이 잦아드는 순간 영적 깨달음을 느꼈다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우리 혈중에 이산화탄소 농도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사이키델릭 효과가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근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도 안 되지만 혈중에 이산화탄소가 너무 없어도 패닉하게 되거든요. 공황장애로 숨을 헐떡일 때 봉지를 대고 숨을 쉬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이산화탄소를 혈중에 더 많이 보내려는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마음챙김 연습도 됩니다.
3. 배우고 싶은 외국어로 하루 한 번 긍정확언을 하나씩 외웁니다.
저는 긍정확언이 오글거리더라고요. 루이즈 헤이 책대로 "나는 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프라디야." 하면 좋은데 좀 웃음이 나요 ㅠㅠ 근데 확실히 자존감과 전반적인 삶의 질에 도움은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요즘은 프랑스어로 긍정확언을 한 마디씩 외우고 있습니다. 배우고 싶은 언어거든요. 유튜브에서 french positive affirmations 치고 텍스트 있는 영상으로 배웁니다. 그러다 요즘은 아예 프랑스 아마존에서 루이즈 헤이의 책을 한 권 샀어요. 실력은 델프 A1 수준보다 못합니다. 근데 이왕 외울 거 내 잠재의식에 좋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아무 때나 거울에서 내 모습이 보이면 그날 외운 프랑스 문장을 외웁니다. Je veux apprendre a t'aimer. 이렇게요. 좋은 말을 자주 반복하는 것도, 어차피 외워야 되니까 좋고요.
발음은 애플 번역앱으로 해보고 인공지능이 알아들으면 오케이, 하고 넘어갑니다 ㅋㅋ
여러분도 일상생활 속에서 도움이 되었던 팁이 있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