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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씨
Level 3   조회수 115
2022-06-16 15:04:24

그냥 그런거 있잖아요. 비범하고 범인과 다른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심상치가 않다는 말... 그러니깐 어디 맘 카페에서 그랬는데 우리 아이가 이상해요!! 하고 소아 상담가를 찾아가면 그 아이 분명 영재라고요. 우리 부모님은 그걸 미리 눈치를 채셨는지 몰라요. 하지만 당시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이상해요. 뭐… 그래 이상한 게 전부겠지. 하고 그냥 두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런가 봅니다. 저는 그래요. 이 상 한 여 자로 컸습니다. 


24살에 뒤늦게 대학에 가보려고 준비를 했었을 때 한 남자애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나는 그 대학이랑 어울려요. 왜? 이상해서요. 거긴 이상한 사람들 많으니깐... 욕인지 칭찬인지 분간이 안 가는 대화들 사이에서 지하철이 왔습니다. 솨아아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그 자식을 그냥 보내줬죠. 저는 이상한 행동을 굳이 하려고 노력하거나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보니까요. 거기서부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보통사람들은 그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사회가 정한 정상성에 어느 정도는 매달리기 마련인데 저는 처음부터 그 정도도 바운더리도 전혀 몰랐습니다. 늑대인간처럼 부모가 산속에 버리고 키운 것도 아니고 가르쳤는데도 못 배웠죠. 어찌 보면 그저 사회성 발달이 현저히 적은 사람으로 보면 될 것을 꼴에 여자애라고 패싱 되어서 그런지 엄청 이상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또 절 가르친 부모님 역시 사회성이 없어서 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셨습니다. 그러니깐 저희 집안 자체가 별난 집단 그 자체였죠. 어머니 아버지 언니 남동생은 그나마 내향적인 성격이라서 그 별 난점이 사회에서 크게 부딪히지 않았는데 저는 사교성이 없지만 외향적이었거든요. 아아... 얼마나 동창생 친구들이 당황했을지 가늠이 아직도 안 갑니다. 주늑 들지도 룰에 귀속되지도 않은 여자애라니 그리고 위풍당당하게 자기만의 논리로 아이들을 설득했죠. 그 아시죠? 아이들은 피리 부는 소년을 왜 따라갔겠습니까? 생전 첨 들어본 소리는 홀리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게 제 사회성은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다양한 반응들이 제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늘 인지시켜줘서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관종이었거든요. 하지만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자마자 겪게 되는 폭풍 같은 마찰은 가히 상대와 이 시대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상대방들의 뒷걸음질에 내가 얼마나 이 사회에서 정상성을 어기다 못해 이 구성원들에게 트라우마를 주었는지 실감하게 되고요.




 제가 처음 약을 먹게 된 건 23살 때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평소 종편 프로그램의 이상한 건강 약재를 보던 습관을 뒤이어서 어느 날 EBS의 생로병사의 비밀 성인 ADHD 편을 보게 되셨습니다. 그걸 보고 서울에 한량처럼 살고 있던 저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얘야 너 병원에 좀 가봐라. 방송을 보니 딱 너 같다며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방송에 나온 의사들의 리스트를 짜서 그나마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의사를 찾아서 예약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월이나 기다려야 했죠. 당시 검사하던 전날이 생일이라서 술을 진탕 마시고 겨우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지금까지도 안정적이게 약을 먹고살 수 있는 삶을 부여받았고요. 평균수명 5년 더 늘어난 느낌입니다. 적어도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겠되었으니까요. 그전에는 마냥 사는 대로 사는 야만인이었나? 했을 때 과거를 돌이켜보며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저녁 약을 먹어야 한다고 알람이 울렸네요. 알람 신기하지 않습니까? 과거에 미래를 약속해두어서 현재를 조종하는 신호라니요. 이걸 무시했던 수많은 평행세계들과 저는 벗어납니다. 저는 착한 환자는 아니지만 썩 괜찮은 환자입니다. 앞으로도 요. 저는 이병을 이겨내고 이병의 장점을 이용해내어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와 같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줄 겁니다.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바람일 뿐입니다. 저는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이타적이며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뭐 아무튼 결과적으로 우리는 같습니다. 살아가는 과정이 다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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