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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집 밖을 나가지 마세요.
Level 3   조회수 123
2022-06-16 14:53:59

이 글은 2021년도 10월에 쓰여진 글입니다. 유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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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한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집으로 데려오는 길에 헌트니? 갓주니? 하고 이 요망한 강아지를 알아보고 나를 물어보는 아줌마를 만났다. F 이모다. 엄마의 사촌이자 옛 단짝이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요 근래는 친해지지 않았다. F 이모는 대뜸 헌트 너 취업되었다며 하면서 내가 어버버버할말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바로 현재의 근황을 엄마를 조금 생각해서 꾸며서 이야기를 늘여다 놓았고 F 이모는 그래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평안하게 지었다 진짜 내 안부가 궁금한 게 아니라 본인의 안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절차를 참아내고 있다는 것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젠장! 그러면서 자기 딸이 이번에 수시는 안 넣고 정시로 K대와 J대를 넣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속셈을 알아채고 잘 웃어줬어야 했는데 K대는 제치고 (실제로 K대 위치를 잘 모른다. 하지만 J대 동네인 흑석동은 돈가스가 유명하니 알 수밖에 없었다.) 흑석동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갑작스러운 대화를 맞받아치고 싶었나보다) 대충 서울에 있는 우리 집과 멀다는 이야기였다. 그러고 나서 그 차기 흑석동의 주인이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어제 봤던 쇼미 더 머니 10에서 봤던 그런 자신감 있는 참가자의 걸음걸이였다. 한 손에는 합격 목걸이를 휭휭 돌리고 있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계속되는 나와 그 자신감 있는 예비 K대생의 이야기를 비교하자니 너무 이기기 힘든 게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좀 너무 한 거다. 포켓몬 게임이라고 치면 엄마한테서 나는 아직까지도 포켓몬 마스터의 말을 안 듣는 이상해씨나 맞아용 같은 이상한 캐릭터였고(비교대상을 찾기 쉽지 않은) F 이모는 진화된 리자몽을 꺼낸 것이었다. 리자몽은 리자몽, 그 자체로도 압승이 가능한 상태여서 나는 얼른 우리 집의 리자몽 언니의 취업소식을 전하고 언니가 나에게 준 갤럭시 워치 4를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F 이모는 그래 갓주가 잘 취업한 것 같더라 하면서 너네 엄마는 이제 학찬이만 남았네 하고 황급히 이야기를 종료했다. 나는 이 갤럭시 워치 4의 위력과 그리고 보이지 않는 우리 집 리자몽이 가지는 위력을 다시 한번 체험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뭐랄까 나라는 포켓몬이 보여준 최약점을 전부 바닥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잘 놀던 그 아이는 키도 170이 넘어섰고 아주 건강하게 잘 컸었다. 모든 게 졌다. 우리 언니가 실제로 왔으면 이겼을까? 비등비등했을까? 예비 K대생이 주는 파워를 아직까지 가늠하지 못하겠다....

 난 이미 이런 갓반인들의 갑작스러운 대전에 비교가 가능한 애가 아니다. 그러니깐 한마디로 대내용자식이 아니란 말이다. (이미 대내용 자식으론 갓주나 떡상각인 학찬이가 있다.) 나란 자식은 최애니 차애니 뭐니 이제는 자식이란 3등안에 들어서 감사하게 살아가며 갓반인들 시선에서는 자유롭게 포켓몬 마을을 누비는 또도가스나 캡토피 수준의 분량만 가지면 된단 말이다. 거기다가 대고 예비 K대생이라고요? 저는 예비 예술가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예 비 예 술 가 라구요 뭔지 아십니까? 약간의 동정심과 애정만있으면 굴복하며 얼마든지 살아갑니다~! 이러면서 소리 지르고 싶었다. 예술에 미치기 까지 하면 금상첨화지만 그러면 자식으로서 3등조차도 못하니 말을 삼키며 뒤 돌앗섰다. 떠나가는 내 등뒤로 서울 가면 밥을 사달란 그 말에 울컥해서 갓주 언니가 돈을 많이 버니깐 갓주 언니에게 부탁하는 게 맞다는 마지막 할복마저 내손으로 끝내었다. 그리고 왜 아버지가 이 동네에서 절대로 산책을 하기 싫어하는지 알았다. 그것은 F 이모를 마주칠까 봐 였다. 아버지... 저는 피를 흘리고 그나마 돌아왔고 마음에도 없는 취업 계획 또한 떠들고 왔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믿을지는 알 수가 없네요. 아버지 절대로 침대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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