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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왜 정신질환이 되었을까요?
Level 3   조회수 314
2022-03-25 23:10:47

ADHD라 불리는 정신질환은 꽤 흔해졌습니다.

유년기에 나타나는 선천적 정신질환에서 성인ADHD까지 확장되면서

"주의력 결핍"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ADHD를 의심하고 치료받길 원하고 있습니다.


ADHD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집중과 집중 유지가 어려움


2. 과도한 집중


3. 조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잘 잊어버림(건망증)


4. 불안정함 혹은 끊임없는 활동


5. 충동성


6. 감정조절 어려움



ADHD의 주요원인을 설명하는 글들은 호르몬 불균형을 언급합니다.


"뇌 안에서 주의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불균형하여 발생합니다."


그러면 그게 왜 나타나는 거죠?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합니다.


"훨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유전이다. ADHD일 확률은 76%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ADHD 기질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ADHD 유전자는 왜 살아남은 것일까?

사실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럴 듯한 주장을 하나 듣게 되었습니다.


"현대사회가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 인간의 "주의집중 능력"을 문제삼게 된 것이 아닐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며 유통되던 자기계발서들은

심리학과 인문학 나아가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문의 근본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서적들이 지향하는 것들이 

결국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도구"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람들마다 가진 형질 자체의 특성이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장단점도 다릅니다.

하지만 지식 사회가 되고, 시험으로 판가름하는 능력주의 시대에서

낙오자들이 받아들이는 결론은 "내 능력이 부족하다."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청소년 시절부터 우울해 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학업 성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사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가족과도 멀어졌고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켰습니다.

그래도 도전을 했습니다. 다만 실패하고 더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살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미련은 남습니다. 

"잘 살아보고 싶다."


오랜 시간 주저하다 정신과에 방문했고

콘서타와 항우울제를 복용했습니다.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게 되었고, 마음 속도 차분해졌고, 기분이 상당히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뭘 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이미 전 낙오자였기 때문입니다.

전 이미 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시도와 행운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이 가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사회로 진출하지 못하는 사람들, 포기한 사람들, 사회 생활에 지친 사람들, 다친 사람들

저 마다의 이유로 고립되어간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격차가 있습니다. 

상당한 성취를 이룬 사람도 있었고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만 모두가 지쳤고, 무기력해졌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의 배경은 뒤로 한 채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습니다. 별 볼일 없는 일, 쓸 데 없는 일이라 조롱 받는 일을 매일같이 했습니다.

스스로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죄책감에 하지 못하던 그 사소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즐거웠고, 충만했고, 살아있다는 게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사소한 성취들을 해나갔고, 격려받았고,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마음에 스스로를 다잡게 되었습니다.

물론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스스로를 책임져야합니다. 


제가 놀랍게 생각했던 것은 약을 복용하며 얻는 일시적인 고양감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사람들과 대면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고 시도해보는 과정이 상당한 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느슨하지만 촘촘히 연결된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해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안정감이 불안을 어느정도 줄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여전히 자신은 없긴 합니다.


오랜만에 에이앱 커뮤니티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이 커뮤니티에 들어왔던 것도 같은 고민을 안은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느끼며 

스스로 가두지 않게 해주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글도 쓸 생각이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ADHD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하는 글들이 많아진 것 같아서 이 현상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스스로에게 한정 시키는 고단한 생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상당히 주제 넘는 소리가 맞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 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것 만큼 무례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전히 콘서타를 복용하며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불안이 남아있는 한 내가 무엇을 할 지 목적을 설정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만 그 불안을 줄여준 것은 저 마다의 상처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뭐라도 시도해 볼 용기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앱이 그런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ADHD가 질병이 되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렸다"라는 식으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스스로가 지칠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울/불안/조울/ADHD/공황 등등 온갖 정신질환으로 규정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라며 고무시키는 대신에 

얼마나 힘드셨나요? 뭐가 두려우신건가요?라고 물어보고 그걸 돌이켜보는 여유말입니다. 

커뮤니티 회원분들이 조금 덜 불안해하고 덜 아프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


환자들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

특히 전문의 자격을 막 취득하고 난 처음 몇 년 동안은, 그 말을 들으면 거의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공부했고 이 분야에 능통하다는 것을 국가가 공인해 주는 전문의 자격까지 가지고 있는 내가

나의 전공 과목인 우울증에 대해 모른다면, 도대체 누가 이 병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인가


.......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도 10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내가 틀리고 환자들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임상 경험이 쌓여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우울증으로 상당 기간 동안 고통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


환자들이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두서 없이 길게 써내려 간 글 누군가 읽어주신다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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