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변하지 않은지 이제 2주정도 되었다. 어린이날에 갑자기 손님이 몰려서 실수할까봐 약 봉지를 두 개 한번에 먹었더니 손이 달달 떨려서 오히려 실수가 늘었었다...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콘서타는 두개를 먹어도 되지만 애드피온은 기존에 2개를 두배, 즉 4개먹으면 부작용이 심할거라고 하셨다. 손떨림말고는 부작용이 없었다니까, 잘 맞으신가 본데요. 하고 놀라시더라.
봄이 어느새 지나가고 여름이 왔다. 약을 먹어서인지, 내가 성인군자가 된 것인지, 나이가 들어서 다 내려놓아 마음이 편해진 것인지 혼란스러움이 많이 줄었다.
처음 약을 먹었을때처럼 반짝! 하고 세상이 모든 것이 경쾌해 보이는 그런 건 이제 없다. 하루 종일 성실하고 깔끔하게 살지도 않는다. 주말에 가끔 하루종일 자기도 하고 적당히 게을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달라진 것은 그걸 내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예전에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 내가 무엇을 해도 그걸 제3자입장의 내가 지켜보는, 다 알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무엇을 하다가도, 아, 뭘 해야하는 데, 라는 생각이 들고 (예전엔 들지도 않았다) 다시 행동을 전환하는데 불쾌함/감정적 저항이 확 줄었다.
생각해보면 왜그렇게까지 짜증이 나고 화가나고 정해진 일상의 일들을 하는 게 힘이 들었는지...
게으름 피우는 주말에 간혹 아침에 약을 하루 빼 먹으면 저녁무렵에는 또 예전처럼 처져서 뭔가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게 다시 버거워진다. 감정도 처지고. 이게 약의 힘인걸 느낀다. 무섭기도 하고...
그래도 지난 한두달 좌우충돌한 노력이 약간씩 보람이 있다. 결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 책상에 써놓은 말만 생각하려고 한다.
완벽보다는 완료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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