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운다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개는 돈도 돈이지만 시간과 주의를 기울여 줘야 한다. 놀아줘야 하고, 대소변을 치워줘야 하고, 씻겨줘야 하는 등등... 원래 개를 키우지 않았으나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서 맡아서 키우게 되었다. 이 놈의 개는 키워 준 사람들을 닮아서 겁이 많고 사회성이 없어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는 걸 두려워 했다. 많이 먹는 것도 닮았다. 재직 중에는 개와 거의 어울려 주지 못했다. 개는 낮 동안 우리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도 자신과 좀 더 어울려 줄 수 있는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며 계속 잠을 잤다. 큰누나와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던 걸 거다. 저녁 늦게 피로감에 찌들어 집에 오면 온 몸을 뒤흔들며 나를 격하게 반겨주는 개를 보면 기쁜 마음이... ...그 때 뿐이다, 5분을 넘기지 않는다. 하루종일 나를 기다렸을 개의 감정에 비례해 그만큼 응해 주지 못한다는 건... 개 쪽이 손해다 늦은 저녁을 먹고 씻고 PC 앞으로 몸을 앉힌다. 아무리 피로해도 게임을 해야 한다. 떡이 된 나를 북돋아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게임으로 모든 걸 잊어 버리는 거다. 개가 열려 있는 방문을 코로 밀고 입장한다. 방문이 닫혀 있을 땐 '문 좀 열어 보라'며 앞발로 긁어댄다. 곧이어 할 만 많은 눈빛으로 '왜 안 놀아줘!'라며 투정을 부린다.
이 개는 주인의 사정 같은 건 봐주지 않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