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둔 자신의 물통이나 자신이 공부하는 교재 등 눈앞에 있는 모든 사물이나, 혹은 자신의 목소리와 온몸을 동원하여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소음(신경이 거슬리고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을 만든다.
교재를 제출해야 하면 10번 중 6번은 책을 든 채로 비행기 흉내를 내다가 내가 얼른 받으려 하면 꼭 쥐고 안 줬다가 주거나 하는 루틴을 하고, 3번은 저 멀리서, 2개의 연필꽂이와 여러 데스크 용품들이 모여있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이쪽으로 교재를 던진다. 나머지 1번 정도는 그러기 전에 내가 뺏던가 먼저 가서 그 친구의 교재를 가져다 두는 경우인 것 같다.
아무 소리를 만들지 않는 경우는 오로지 유튜브 등에 완전히 빨려 들어 내가 뭐라든 자신이 뭘 해야 하며 여기가 어딘지 등을 모두 잊은 상태일 때뿐이다.
그 친구의 '주변에 대한 완벽한 무신경함'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가 자신의 목소리로 만드는 소음 중에 하나는, 자신이 언젠가 주변에서 들은 것이 틀림없는 무작위한 소리 (예를 들어, TV에서 들은 만화 속 대사 한 줄, 혹은 집에서 자신의 아버지 등에게 들은 것으로 추정되는 말 한마디—기억나는 것으로는 "내가 너랑 같냐?"가 있다)를 연달아 십 수 번 씩 여러 차례 (목소리 크기는 물론 학원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대해 '완벽히 무신경한' 정도) 반복하는 것이다. (의사소통 하는 것이나 표정 등을 보면 ASD 쪽은 아닌 것 같다.)
혹은 조금 더 '의식적인' 경우에서는, 눈에 보이는 평소와 다른 모든 것에 대해 별다른 사고 과정 없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평한다. (물론 이 경우에서도 특정 표현들이 입에 붙은 듯 연달아 반복한다.—아니 근데, 이러는 건 좀 너무한 거 같은데. 좀 너무한 거 같은데. 좀 너무한 거 같은데. 좀 너무한 거 같은데. 좀 너무한 거 같은데.)
그에게 있어 교재—물론 그의 학년에 적절한 난이도인—를 2쪽 넘게 푸는 것은 마치 주리를 틀리는 것과 같은 고통을 주며, 보던 유튜브 영상을 보지 않으며 학습을 하는 것은 수 십 번의 한숨과 짜증을 야기하는 일이다.
두 명의 ADHD 환자(나와 아빠)와 30년 넘게 살아온 비 ADHD인인 우리 엄마. 진단을 받은 후 기회 되는 대로 늘 ADHD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항변 해온 나.
이 견디기 힘든 짜증과 불쾌함, 그리고 미묘하게 느껴지는 모순과 죄책감 사이에서 오늘도 어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