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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깨진 항아리
Level 2   조회수 122
2024-03-12 23:20:27

 @를 처음 진단받고 이 사이트를 알게된 직후에는 글을 자주 적진 않아도 꽤 자주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 상담을 다니게 된 계기는 우울증이었고, 이후 강박증을 인지하고 치료를 진행하며 1-2년 후에야 스스로가 adhd임을 자각하고 진단받을 수 있었습니다. 

체계적인 일의 진행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저는 꽤나 워커홀릭이라고 할 정도로 제가 전공으로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해왔었는데, 요즘은 전의 번아웃과는 다른 형태의 무기력이 찾아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계획은 빡빡하게 세우고 일의 직접적인 수행은 미루는 상황을 평생에 걸쳐 반복하다보니, 일이 닥쳐오거나 타인과의 얽힌 상황등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아니면 하염없이 일을 미룹니다. 미뤄두고서는 항상 관심도 없는, 그리고 스스로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반복작업들만 골라합니다. (스도쿠, 괴담 유튜브시청 등...) 최근 느낀건 이럴때에는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쓸모 없을 일을 찾아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결국 수많은 해야 하는 일들도 결국 제가 하고 싶어서 쌓아 놓은 일인데(심지어 프리랜서인...) 그 일들이 스케줄에 들어가는 순간 거북해지고 압박감을 느끼기 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참 답답하고, 마감이 닥쳐오는 타이밍이 되면 다시 죽고 싶다는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자존감은 바닥이 됩니다. 


최근에 찾아온 무기력은 반복되는 제가 일을 해결하는 양상에 항상 와일드카드로 등장하던 타인과의 상황이나 마감의 압박감조차도 최근에는 그 힘이 줄고, 그나마 충동적인 것일지라도 일을 실행하기전에 불타오르던 열정도 사라져서 극한의 의지박약이 되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대학때는 주변인과 약속을 잡거나 털어놓는 방식으로라도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 의지를 다잡았었는데, 계속 의탁할 수는 없기도 하고 더이상 누굴 붙잡고 징징댈 수도 없어서 이젠 정말 수행능력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네요... 최근 룸메이트가 워홀을 떠나고 작업공간이 집이 되며 더더욱 늘어지는 것 같은데 마음이 너무 답답합니다....!!! 말하다보니 그냥 게으른 것 같아 부끄럽네요.

매번 스스로에게 어떻게든 동기부여를 하건 압박감을 주건 깨진 항아리에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를 붙이듯이 일을 진행해왔는데, 이젠 조금만 잘못하면 물이 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대로 와장창 깨져서 다신 복구도 못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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