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나서 나 스스로도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진로가 명확해진 것도 아닐 뿐더러, 심지어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인데 흥미가 생기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 '과정'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흥미보다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다. 자존감도 많이 낮았고, 실패를 하면 지금과 같은 생활을 1년이나 더 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많이 떨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았다. 그러나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요즘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책상에 앉아 공부할 책을 꺼내들었다. 그 다음 오늘 공부 할 양을 플래너에 적는다.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공부 시간 측정 어플을 키고 공부를 시작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며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참 희한하다.
내가 공부 과정에 흥미를 느끼게 된 이유가 뭘까 한참 고민해봤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짧게나마 소개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1. 계획은 최대한 적게, 그리고 자세하게.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다. 나 역시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였다. 너무 적게 짜자니 양심이 찔리고, 그렇다고 많이 짜기엔 수행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냥 무조건 적게 짜 봐라. 그리고 다 하고나서 시간이 남으면 그 때 추가해도 안 늦는다. 단, 내가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은 알아야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정도만 해도 된다.
2. 공부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기 도서관이든 독서실이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가라. 밖에서 공부하기 불편하다 하면 최대한 덜 불편한 공간을 찾아라. 일단 공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백 날 천 날 공부한다고 집 책상만 붙잡는다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나 또한 스터디카페는 돈 아까우니까 집에서 공부하자 주의였다. 코로나 덕분에 핑계가 더 늘었다. 하지만 핑계 대지말고 그냥 나가라. 마스크 제대로 끼고 밖에서 물 한 모금 안 마시면.. 모르겠다. 밖에서 공부하기 정 걱정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3. 공부를 안 하더라도 의자에 앉아 있기 공부 하기가 너무 싫어도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어라. 밤이 어둑어둑 해지고 나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갈 때. 그 때까지 앉아 있어라. 단, 핸드폰, 낙서만 하지 말고. 아마 저녁 늦게 독서실을 나서면 뿌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 기분을 잊지 말고 간직하려고 노력하라. 기분에 따라 공부하지 말라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기분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최대한 좋은 감정들을 이용하라. 이게 가장 도움이 된 것 같다.
4. 공부한 걸로 자랑하고 다니지 말기 열심히 하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알아준다. 굳이 내가 먼저 말 하고 다닐 필요도 없고,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랑 비교하면서 그 사람들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이미지가 잘못 박히면 입만 나불대는 사람으로 계속 남게 된다. 공부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 잔인하지만 사회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알아준다. 다만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내 과정을 남에게 보여주고 인정받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일부러 공부를 별로 안 하는 척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남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멋짐이 좋아서라고 한다. 아무튼 과정으로 인정받으려 노력할 시간에 책이나 한 줄 더 읽는 게 훨씬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