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제가 adhd라서...'
모두가 웃고 나를 재밌는 사람이라 칭한다.
그들에겐 사실이 아닌 농담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내 잘못일지도 모르고..
어릴 적 학교 선생님이 권유해서 진단받은 adhd라는 생소한 이름은 우리 집에서 그저 그런 취급을 받았다. adhd 집안에선 평범한 아이로 보였을 테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시간의 흐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난,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타임이라는 시간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난 남들과 다른 취급을 받았고 그게 특별한 줄만 알았다. 물론 죄책감과는 별개로. (그래서 사실 adhd를 진단 받았을때 나를 잃는 느낌이었다.)
adhd를 가지고 있을 거라 알고는 있었으나 진단이 무서워 미루고 있었다. 검사 비용이 무서웠고 병원 가는 걸 까먹었고 무엇보다 그 확실한 낙인이 싫었던 것 같다. 내가 '아마 adhd 일 거야~' 라고 할 때 주변의 '니가? 설마!' 라는 부정에 안도해 왔을지도 모른다.
불면증을 이유로 갔던 정신과에서 adhd도 진단 받았고 난 확답을 듣고 말았다.
불면증을 이유로 갔던 정신과에서 adhd도 진단받았고 난 확답을 듣고 말았다. 그때의 난 당황하지도 절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침착했다. 어쩌면 알고 있던 사실을 전문가에게 들으니 차라리 나았다. 자, 이제 에이앱에서 보던 그 드라마틱한 약을 먹어볼 수 있는 건가?
나는 생각보다 종합적으로 아팠고 아직 adhd를 치료하기엔 나약했다. 중증이던 마음의 병들이 서로 고쳐달라고 난리 치는 바람에 멘탈을 붙잡고 있기 힘들었다. 자신을 처음 되돌아보는 사람인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알고 있는 척했지만 그렇게나 많은 채찍질로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줄은 몰랐다.
지금은 수면제와 조울증 약을 먼저 먹고 있다. 잠을 잘 수 있어 행복하고 기분 고양감이 사라져 슬픈 하루하루이다. adhd 약을 먹고 효과를 볼 내 미래를 기대하며 조울증쯤이야 하고 버티고 있다. 요즘은 울증이 오는지 약을 먹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재단하게 만들어 슬프다.
내 기분과 생각, 행동들은 왜 가만히 있지 못해 안달인 걸까? 괜히 조상을 탓하기도.. 서구식 음식을, 날씨를, 환경을, DNA를, 신을 탓하기 까지 한다... 이 끝없고 낯선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한참 생각해보다. 이 괴로움이 어쩔 수 없이 동행 해야 하는 거라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