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약이 마법을 부리지는 않았다. 대신 고화질지도 정도될까? 고화질지도 미리보기 이용권.
스무살, 성인이되어 남들과 똑같은 산을 이제는 스스로 힘으로 올라야 하는데 나만 저화질지도를 받았다. 저화질로 인쇄된 문서는 글자도 안보이고 글씨나 그림은 말할것도 없다. 산너머에 뭐가있을지 궁금은하고 나도 산을올라 성취감을 맛보고싶다. 일단 출발한다.
그저 헤메고 넘어지고 쉬려해도 가시에 벌레에 방해물이 많아서 힘들다. 금새 지쳐버려 뭐라도 먹으려하니 어디서 굴러떨어졌는지 가방도 없어졌다. 신발은 금방 헤지고 제대로 먹지못해 너무 힘들다. 어디선가 웃음소리, 즐거운 대화소리가 들리는데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오를수록 주변에서 재촉도 하고 남보다못하다며 눈치도 주고 야유도 많이 보낸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남들만큼 산을 오르고 싶은건데 왜그렇게 힘들까. 지도를 아무리봐도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다. 남들가는 길을 똑같이 가라는데 그 길이 어딨는데요? 아니 애초에 어떻게 생긴 길이지?
어느새 내 초라한 몰골처럼 너덜너덜 헤져버린 지도. 그래도 지도가 헤질만큼 헤메다보니 이젠 어느정도 요령이 생겼다. 무슨 그림인지 이 글자는 뭘 뜻하는지. 어디로가면 무엇이 있을지. 누구는 꼭대기까지 오르는게 무척 쉬웠다고한다. 그냥 지도보고 따라왔어. 노력하면 다 돼. 노력을 더해봐. 출발부터 내 지도는 길을 찾을수도 없는데 무슨 노력을 어떻게 더 해야해? 나도 남들처럼만큼만 걸어서 남들처럼 적당히 살고싶어.
그러다 이전에 보지못했던 커다란 숲을 보았다. 가보지 못한곳이지만 어쩐지 발길이 향한다. 그곳에서 나는 고화질지도 미리보기 이용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고화질이였어? 모두 출발점도 가는 길도 다르지만 남들의 지도는 또렷했던거야? 아니, 나는 지도를 애초에 또렷이 볼수없도록 태어난거야.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저화질이라고, 뿌옇다고 느낀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 그저 나의 시야에 맞지않는 안경을 억지로 쓰고있었을 뿐이야. 고화질지도 미리보기 이용권은 고작 하루에 몇시간이지만 나는 이전보다 내가 가야할길을 이전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주기적으로 숲을 찾아 지도보는 방법을 차근차근 배운다. 이 숲을 마음의 숲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마음에 물을 주어 무럭무럭 성장하는 나무들이 가득해진다. 나무들은 내가 길을 좀 더 또렷하게 보도록 도와준다. 그 이상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만들 수 없다. 나무의 역할은 길이 보다 잘보이도록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나무들의 도움으로 나만의 고화질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다.
미리보기 이용권이 사라지면 혼란이 가득한 뿌연 세상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나는 그 찰나를 최대한 붙잡고 남들은 볼 수 없는 길을 그려본다. 언젠가는 나만의 지도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지도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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