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블로그

명예의전당



글보기
나는 이방인이다.
Level 2   조회수 73
2021-12-22 16:39:01


나는 이방인이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존재는 하되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이방인이다. 처음에는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당연하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복학을 할 때가 되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돈이 들어가는 현실적인 일이니 애써 긍정하고 넘어갔다. 나는 자취를 원했지만 비대면 강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니 쓸데없이 돈을 쓴다며 어른들은 반대했다. 나는 간절했지만 수긍하기로 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치매가 악화됐다. 학교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나는 도중에 휴학을 하고 이 상황과 맞서 싸웠다. 할머니를 주간보호센터로 모셨던 가을까지 이루 말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겪었다. 할머니를 센터를 모시고 복학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른들은 센터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머니를 모시니 이제 괜찮지 않냐고 했지만, 그래도 일은 있었다. 투약 조절을 하기 위해 많으면 2주에 한 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갔다. 등원하시는 날은 할머니를 깨워 등원 준비를 도와드린다. 센터에서 문제가 있는 날에는 찾아가 원장님과 상담도 한다. 할머니는 어느새 아이가 되어있었다. 해서는 안될 생각이지만, 할머니가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동시에 외로움도 느꼈다. 어른들에게 불만을 호소해봤지만,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이 학기도 할머니와 함께 흘려보낸 셈이다. 아직 성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당연히 성적은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방황이 사작됐다. 약도 끊고, 병원도 가지 않았다. 폐인 생활의 재판이었다. 문득 집을 지킨 날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자취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을 떠날 것이다. 똑같이 외로울 바엔 집에 없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에. 다시 병원에 간 오늘, 다짐해본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수양록 - 7 Level 32021-12-23
다음낮잠 Level 1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