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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ADHD.-③
Level 3   조회수 182
2021-12-23 15:07:34

그 후로 콘서타 18mg을 먹고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신세계인가? 나에게도 다른 분들의 후기처럼 엄청난 반응이 일어날까?'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내 일상은 큰 변화가 없는것 처럼 느껴졌다.  


약을 먹고도 점심시간 이후에 낮잠을 자고 싶어했고,

며칠 지나니 슬그머니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후 17시. 기분좋게 이른 퇴근을 마치고 집에가는 길에

평소 자주 들르던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샀다. 

'병원에서 카페인은 피하라 하셨지만, 디카페인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하셨으니까!' 


그러나 나는 인데놀 10mg이 맞지 않는 사람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곤,

그렇게 첫 번째 실수를 맞이하게 되었다. 


집에와서 커피를 쭈욱 들이키며 오늘 하루를 기분좋게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얼마 뒤, 점점 시야가 달라보였다. 

세상이 붕 뜨고 어지럽고 두려운 감정이 몰려왔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시선에 당황해서 옆을 돌아보니 거울이 있었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나 한 사람 뿐이었는데,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나를 보는데도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고, 그 사람이 무섭다고 느껴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가 주문한 디카페인 커피 브랜드의 카페인 양을 검색했다.   


함유된 양은 5mg.

약을 먹은지 6시간 이상 지났는데, 고작 이 5mg 때문에 내가 지금 반응이 이런것인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병원에 연락해서 질문했다. 디카페인 커피도 앞으로는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공포감 때문에 이불을 덮고 누웠다.

2시간이 지나고서야 안정이 되었다. 인데놀과는 달랐지만 느껴졌던 다른 느낌의 부작용이었다.

그날 부로 절대 커피는 어떤 종류건 입에 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으나,

커피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아쉬움도 함께 느껴졌다. 


1주가 지나고 병원을 방문했다. 

디카페인과 인데놀, 극소량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점이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하셨다. 

그 전엔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잠 자는데 문제가 없어서

주변에 '저는 카페인 영향을 받지 않나봐요'라고 말하며 다녔던 게 얼마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행동적인 부분에서 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께서는 27mg 약을 혼합하는 방법으로 처방해주셨다. 

집중이 더 필요한 날에는 27mg, 평범한 날에는 18mg을. 2종류를 먹어보고 비교를 해보자 하셨다. 


그렇게 2번째 방문을 마친 후 나의 손에

이번엔 회색빛깔과 레몬빛깔 약이 2줄 담긴, 다소 도톰해진 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


약 용량이 증가했다.

나는 과연 어떤 약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이 중에 내가 정착할 수 있는 종류가 있을까? 

용량이 계속 올라가면 어떡하지, 하며 첫 방문과는 달리 약간의 걱정들이 중간중간 끼인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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