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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은 눈으로 알아볼 수 없다.
Level 2   조회수 144
2022-12-04 19:50:22

심각한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이 겪는 슬픔 중 하나는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눈으로 알아볼 수 없다. 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 부러진 것도 아니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감기라는 비유와 다르게 기침조차 하지 않는다. 


나의 아픔이 눈에 보이게 뇌를 촬영한 사진이나 자율신경 검사 결과지를 손에 들고 다니기라도 해야 할까. 사실 굳이 '저는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도 이상한데, 정신 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사회에서 내 정신적 아픔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덕분에 정신 질환자는 단순히 게으르거나, 부정적이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고, 사람들에게 이해받거나 위로받기가 어렵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잘 걷지 못하면 이해받는다. 상처에서 피가 나면 걱정 받는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커다란 상처가 썩어문드러진, 곳곳이 부러져 쉬운 일도 할 수 없는, 들리지 않는 소리로 하루 종일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내 정신은 누구도 보듬어 주지 않는다.  


너는 왜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못하냐고, 왜 너 혼자 힘들어하냐고, 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냐고 비난받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같은 사람의 생계를 국가에서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왜냐면 나는 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어떤 방법을 찾고, 고민을 하고, 상황을 따져볼수록, 희망이 없다는 사실만 선명해져가는 기분이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았어야지'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같은 것 같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니까. 


전혀 괜찮지 않은데. 당신들에게 쉬운 것이 나에게는 전혀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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