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렵게 잠에 들어도 얕은 꿈을 꾸다가 금방 깨버리곤 한다. 잠에서 깨면 다시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그 현실을 살기엔 내가 무능하고 부족하다는 사실이 순식간에 몰아닥쳐 온다. 커다란 파도처럼 불안이 달려들어 나를 집어삼키면 가슴이 꽉 조여드는 기분이 들고, 나도 모르게 이불이나 베개를 꽉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힘들어한다.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 하면서도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그러는 것 같은데. 한심하기 짝이 없다.
- 퇴사하기 몇 달 전부터,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대체 무엇인지 고민해왔다. 그것이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대체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있긴 한 건가.' 그 고민을 아주 깊이 하곤 했다. 요즘은 꼭 대단한 능력이 있지 않더라도 부업을 하거나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글로 써서 간단한 전자책으로 판매할 수도 있고, 어떤 취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유툽을 할 수도 있고, 관심이 많은 분야가 있다면 관련된 정보나 소식을 정리해서 어딘가에 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수많은 방법들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를 계속 고민해 본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놀라울 정도로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취미를 제대로 가져본 적도 없었고, 어떤 것에 관심을 깊이 가져본 적도 없었다.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나는 가진 것이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어설프고 부족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써먹을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정말 오래 많이 고민해 봤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떠오르지 않았다. 남들은 쉽게 하는 것조차 잘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일 줄이야.
- 어제 방송을 켜고 혼자 있는 중에 전에 들어오셨던 구독자분이 다시 들어와주셨다. '사실 할 줄 아는 게 없다 보니 방송을 켜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죄송하다'고 하자, 구독자분은 '그냥 이대로 해도 수요가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내 방송이 재밌다고 진심으로 얘기해 준 사람은 그분이 유일한 데다, 어느 부분에서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지만. '수요가 있다'는 말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나는 '나 자신의 가치가 없다'고 느껴져서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 말을 들은 한 사람은 '너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고 했지? 나 고기 먹고 싶은데 혼자 고깃집 가기가 좀 그래. 같이 가자.'라며 나를 불러내어서는 따듯하게 품어줬다. 생각해 보면 되게 성숙한 사람이었다.
-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 이 생각 때문에 누군가의 도구처럼 쓰인 적도 있지만. 도구처럼 쓰였던 그때가 차라리 덜 외로웠다고 느껴질 만큼 나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사회생활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수요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회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관계에서는 부족한 사람으로 사는 이 순간들이 영원히 유지될까 봐 나는 그게 두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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