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메디키넷이라는 약을 먹기 전에는 여러가지 진단명과 함께 많은 정신과약을 먹어왔었고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 아직도 지금의 주치의께서는 메디키넷 40mg 하루에 2개를 몇달 째 처방해 주시면서도 성인ADHD라고 진단을 내려주시지 않고 있다. 솔직히 원장님께서 학교다니실 때에는 성인 ADHD개념 조차 없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니 더욱 진단내리기 어려우신가보다. 본인이 거의 1년동안 온갖 정신과 약은 나에게 다 처방해주시면서 아무것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증세가 나빠짐을 눈으로 확인하시고 메디키넷만이 그나마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시고 최고용량을 처방해주시고 계신다. ADHD전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볼 까 생각도 해봤지만 어짜피 진단 받아도 같은 약을 주실거고, 여기는 소도시라 너무 멀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하였다.
그동안 나는 우울증, 인격장애, 기분장애, PTSD 심지어 정상이라는 진단까지 받아왔다. 하지만 자살시도로 인한 응급실행만 2번, 그 외 술로 인해 응급실, 우울감으로인한 외래방문은 셀 수가 없었다. 메디키넷을 먹음으로서 몇 달 동안 누워서 아이스크림만 먹을 수 있던 내가 앉아서 밥을 먹고 샤워도 가능하게 되었다. 몇 년만에 책이 읽혔다. 책이 읽히다니.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 받을 때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해왔던가. 성인ADHD는 인식자체가 낮고 병이 오래됨에 따라 다른 부수적인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등을 통해서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임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우울증에만 치료를 집중해서 약을 주니 당연히 주기적으로 재발 할 수 밖에 없었다.
메디키넷을 먹는다고 나의 증상이 모두 사라 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시간개념이 약하며,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데 너무 오래걸린다. 하지만 내가 ADHD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 부분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도파민이 부족해서 그런거구나. 내가 주말마다 의식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셨던 것은 셀프메디케이션이었구나. 나의 이상한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걸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전히 나는 왜 이렇게 시간도 많고 조건도 좋은데 공부를 해서 좀 더 나아질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왜 남들처럼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가 없나. 왜 아무런 의욕이 없나. 아직도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잊지 않기로 했다. 메디키넷을 처음 먹고나서의 그 감사함을. 한 페이지라도 책이 읽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이제는 앉아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말이다.
이병의 완치라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최대한 나를 '정상인'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을 알아나가는 긴 여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