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작년 2022년 9월 19일, 나는 종합심리검사(풀 배터리 검사)를 하러 서울에 갔다. 어쩌다가 이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친언니가 물어봤을 때도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 당황했다. 언니에게 길게 왜 검사를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불안했었던 거 같다. 한심하게 생각할까 봐. 그리고 언니의 답장은 응원이었다.
검사 항목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MMPI-2, TCI, 문장완성검사는 집에서 해오고 나머지는 센터에 가서 임상심리사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았다.
결론적으로는, ADHD가 의심된다고 한다. 사실 검사 전까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어떡하지? 내가 그냥 한심한 거면 어떡하지? 차라리 원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ADHD에 대해서는 사실 스쳐 지나가듯 에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했었기에 결과가 의외였다. 그리고 C-PTSD에 대해서 검색해 보니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많이 생긴다고 한다. 나의 가정환경을 생각해 보면 공감이 많이 간다. 만성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지능검사에서도, 다른 평가 항목에서도 꾸준하게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ADHD 일 수도 있다고?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검색하고 그때는 몰랐던 강박사고가 발동했었다. (밤새도록 서치하고 회사에서 검색하고 집중 못 하고 그랬었다.)
지능검사에서 처리 속도, 작업기억이 정말 낮게 평가가 됐고... 언어가 그나마 잘 평가되었지만, 결론은 아이큐가 평균 하가 나왔다.
결과 중 가장 흥미 있었던 것은 바로 기질적 특성의 평가, TCI 검사 결과였다. 기질과 성격에 대해서 평가해 주는데 너무 재미있다. MBTI 좋아한다면 이 검사를 꼭 한번 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나는 자극 추구가 78로 높은 편이었고 위험회피가 100, 인내심 0으로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민감성은 딱 50 이었다. 커뮤니티를 보니까 다른 ADHD 분들도 대부분 자극 추구, 위험회피가 높고 인내심이 낮으셨다. 참 재미있는 결과다.
읽으면서 정말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래서 종합심리검사를 하는구나. 해석상담도 한 시간 정도 들었는데 정말 괜찮았다. 이후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정말 친절하게 답장을 남겨주셨다. 책도 추천해 주셨는데 30퍼센트밖에 못 읽었다. 센터마다 가격도 천지 차이고 선생님도 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나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나의 검사와 해석상담을 해주신 선생님은 그 후 개인 센터를 차리셨다.
처음에는 계속 혹시나 했었던 거 같다. 사실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던 거 같다. 나는 의심도 많고 불안도 많았다. 궁금한 걸 못 참는 나는 검사 직후, 충동적으로 병원 예약을 했고 병원 선생님도 나와 정말 잘 맞으셨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운이 좋았다. (나는 지방에 살고 서울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 옛날 일기장이나, 학창 시절, 이런 작은 기록들조차도 ADHD를 가리키고 있었다.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병원을 다니고 올해부터는 상담도 다니는 중이다. 선생님들께서 정말 열심히 도와주신 덕에 1년 동안 블로그 글 쓰는 것도 많이 미뤘고 정말 힘들었는데 많은 것들을 배우고 회복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에이앱 분들도 보셨음 하여 수정해서 올려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