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를 진단 받은 것은 스무살때였지만 최근 약물치료를 다시 시작하면서 과거에 알지못하고 지나간 증상들과 실수와 후회가 몰려와서 오늘 하루가 너무 괴로웠다. 과거를 정리해보지 않으면 계속 괴로울거 같아 정리해보기로 했다.
1.영유아기 영아때는 기억이 없어 잘 모르지만 손가락을 한꺼번에 4개씩 빨고 발가락까지 빨았다고 한다. 잘 울고 한번 울면 20~40분 동안 쉬지 않고 울었다. 만 2세 쯤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교회에서 안고있다가 내려놓으면 신발과 양말을 다 벗고 여기저기 자기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잘 넘어졌다. 잘 넘어지는 것은 4살때 시력이 선천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해서 그것때문이라고 생각하셨다는데 안경을 쓴 이후 아직까지도 잘 넘어지는 걸 보면 adhd 증상같다. 유치원에 다닐때는 친구가 없었다. 근데 그때는 사회성도 없었거니와 딱히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것 같다.
2.초등학생 시절 수업시간에 일어나거나하는 눈에 띄는 과잉행동은 없었다. 대신 머리카락을 뽑거나 낙서를 하거나 수업진도와 다른 곳을 교과서를 읽었다. 학습을 따라가는 것을 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성적이 좋은 편이라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단순 계산에서 실수가 잦았다. 어릴때부터 어머니께서 너는 공주야 이름 뜻도 공주라는 뜻이야 공주답게 행동해야해 라는 말을 많이 하셔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고싶어져도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했고 관심사도 주로 책을 읽는 것이었기 때문에 선생님들한테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보여서 자주 필통을 잃어버리거나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리거나 사소하게 집중못하는 모습을 보여도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던것 같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에는 필통을 계속 안가져와서 필통없이 학교에오는 것은 전쟁터에 총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이다!! 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고 매일 남아서 청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반응속도가 느려서 할리갈리같은 게임을 진짜 싫어했다. 고학년때쯤 친척동생이 ADHD 진단을 받았는데 나와 성향이 매우 다르게 과잉행동이 심한 스타일이라 나와는 아주 관계가 없는 병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3.중학교 시절 처음 본 시험에서 다른 모든 과목은 100점이나 97점을 받았는데 수학만 계산실수로 85점을 받아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다음 시험에서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과하게 불안해지고 긴장해서 책상이 덜덜 떨릴정도로 떠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성적보다는 내 정신건강을 우선시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에 불안감이랑 강박이 많이 줄었지만 그것때문에 덜 조심하게 된것 같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 시간보다는 듣지 않는 시간이 많았고 낙서도 더 늘었지만 수업을 듣지 않아도 교과서를 보고 공부하면 성적이 다 잘 나와서 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아예 되지 않았다. 그 당시 회로를 구성하고 코딩을 해서 프로젝트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참여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만난 후배들이 만든 프로젝트가 센서로 뇌파를 측정해서 집중하는 정도에 따라 모형 자동차의 속력이 빨라지는 프로잭트였다. 나도 해보겠다고 하고 센서를 착용했는데 아무리 집중한다고 생각해도 자동차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옆에있던 친구가 이상하다고 자기도 써봤는데 정말 빠르게 움직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
4. 고등학교 시절 제일 힘든 시기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목표하던 과학고에 진학했는데 기숙사에다가 처음부터 대학교 수준의 수업을 진행해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지금도 일반고에 진학했으면 좀더 무난하게 대학도 잘 가고 잘 살았을것같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있을때는 공부가 안되면 부모님의 감시하에 공부하기라고 했는데 기숙사에 진학하니 스스로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수업시간에도 다 처음듣는 내용이라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자각이 없어서 몰랐다. 공부해야할 양도 너무 많아져서 ADHD가 아닌 사람들도 겨우 해낼 정도라 안그래도 안좋은 집중력으로 시험기간에 벼락치기 하는것조차 너무 어려워서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우울증에 걸렸다. 그 전까지 성적이 좋았는데 한번에 꼴찌가 되니 너무 괴로웠다. 고3이 되었을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조용한 ADHD의 내용을 보고 내가 ADHD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과학고까지 갈정도로 머리가 좋은데 그럴리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셨다. 병원에도 절대 못가고 약도 절대 못먹게 하셨다. 성적으로 갈수 있는 학교가 없어서 재수를 하게 되었다.
5. 재수 시절 초반에는 성적도 잘 나오고 인강을 봐도 어느정도 집중이 되고 내용도 쉬워지니 할만한것 같았다. 근데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힘들어졌다. 다시 용기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ADHD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었지만 아주 좋아지진않아서 결국 원하는 성적을 얻진 못했다.
지금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성적 맞춰서 들어온 학과가 너무 잘맞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잘 지내고 있다. 심한편은 아니어서 약을 안먹고도 많이 문제가 생기진 않지만 그래도 잘적응했지만 그래도 약물 치료가 필요한것 같아 최근에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 진단을 받았을때는 많이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점도 많은 것같다. 생각이 다양하게 연결된다는 점이 특히 문제풀이에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하고 이것저것 연결해서 다방면으로 생각해야하는 전공이랑도 잘 맞는것 같아서 약물 치료를 무한정 하진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