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집중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번 빠져들면 말을 해도 못 들을 정도의 강한 집중력을 가진 아이라고 들어왔다. 그랬기에 스스로도 그렇게 여겼다.
운 좋게 수영을 오래 했고, 덕분에 학창 생활을 무난히 보낸 것일까? 수영은 소년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많이 했었고 당시 다진 체력으로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한국은 공부 잘 하는 사람에 참으로 관대하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많은 행동들이 똑똑한 괴짜의 특징으로 미화되었다. 사람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것들이, 상황에 부적절한 말을 내뱉고 집에 돌아와 이불을 차는 날들이 내게는 너무도 많았다.
의대 공부는 과집중 과몰입이 되기 어려운 방대한 과정이었고, 의대생 시절 나는 중고등학생 때 만큼 훌륭하지 못 했다. 대학 과정은 매주 반복되는 시험 스트레스와 그것을 도피하려는 게임 중독으로 가득했다. 과거의 나는 참 집중력이 좋았는데... 대학생인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 되었다고 오래 자책했다.
본과 2학년 정신의학 시간에 adhd에 대해 분명히 배웠다. 유전성과 위험인자와 치료약의 부작용을 외우는 동안에도 그 질병이 나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더 똑똑했다면 그때 스스로를 의심했을까? 온갖 질병을 배울 때마다 '나도 설마?'라는 생각을 한번씩 하며 스스로 조울증환자, 강박장애환자, 망상장애환자에 대입해보는 동안 adhd의 차례는 조용히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전공의 시절이 마무리 되어갈때 혹시나 했다. 당직이 하도 많았으니 피곤했던 것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당직이 별로 없는데도 왜 나는 피로한 사람일까. 엄마는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수영선수 시절만큼 운동할 자신이 이제는 없다.
진단 받고 콘서타를 먹은 후 남들은 이렇게 살아온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특별히 뛰어나서 전문직을 가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님께서 세심하게 내 교육을 신경써주셨고 좋은 학교와 좋은 교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다 그 덕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치료했다면 어땠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