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블로그

명예의전당



글보기
콘서타에서 아토목세틴으로
Level 3   조회수 1215
2023-08-07 15:07:27

@약을 복용한 지 5개월차다.

콘서타를 2개월 먹다가 삶에 대한 의지가 사실상 사라질 정도로 우울이 강해져서, 2주간 단약 후 아토목세틴으로 변경했다.

아토목세틴으로 변경하고는 매우 만족하고 있고,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은 내게 그리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할만큼, 콘서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다음과 같이 많다.


1. 명상할 때 집중이 잘 됐다

- 비단 @가 아니어도 명상할 때 잡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콘서타를 먹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그라들어 집중이 매우 잘 됐다. 영성 도서에서 말한 '현존'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2. 꿈을 거의 꾸지 않았다

- 과장 좀 해서, 꿈이 내게는 최대의 엔터테인먼트나 다름 없는데, 꿈을 거의 꾸지 않아서 섭섭했다. 어쩌다 꿔도 콘서타를 먹기 전처럼 생생하지 않았다.


3. 감정이 메말랐다

- 감정이 메마르다 보니 재미있는 동영상을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분명 짜증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짜증이 나기는커녕 머릿속에 욕설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창의력이 사라진 건 덤이었다.


4.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 그나마 내 장점 중 한 가지가 언어능력이건만, 언어능력이 저하되다 보니 당연히 말은 어눌해질 수밖에 없었고 간단한 메일조차 잘 쓰지 못해 야근하기까지 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쓴 문서를 보고 '내가 이런 (훌륭한) 글을 썼다고?'라고 놀라워하는 일조차 있었다.


5. 머릿속에 생각과 감정을 조율하는 자가 있는 듯했다

- 시간이 흘러 그 자는 '조율'이 아니라 '제압'했음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콘서타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문자 그대로)' 같았다.


6. 감각이 덜 예민해졌다.

- 소리에 예민한 나머지 자다가 여러 번 깨기 일쑤였으나, 화장실에 가려고 한 두 번 깼을 뿐이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내는 소음(키보드 치는 소리라든지, 립스틱을 책상에 떨어트리는 소리 등등)에도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짜증이 나지 않았다.

땀에 예민해서, 땀이 나면 몹시 신경질적이 되는데 '지금 땀이 나는구나'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7. 주변에 사물이나 사람이 많아도 시신경이 피로하지 않았다

- 너무 많은 사물이나 사람들을 마주할 때 압도당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시신경이 쉽게 피로해졌는데, 약물 덕분에 그러지 않았다.


8. 축축한 것이 몸에 달라 붙어 있는 듯한 감각이 사라졌다

- 오후만 되면 축축한 것이 몸에 달라 붙어 있는 감각이 들면서, 너무나 피로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감각 때문에 오랜 시간 힘들었으나, 이게 @ 증상 때문임을 알게 됐다.


9. 불안이 높을 때는 약효가 전혀 없었다, 생리기간에도

- 심리상태가 약효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이 심해서 잠들지 못하고, 겨울에 외투를 걸치지 않고 밖에 있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었던 밤들이 떠오른다.


아토목세틴을 먹고는 '콘서타를 먹기 이전의 나'로 돌아왔다. @ 증상은

조금이나마 돌아왔고, 짜증나는 일을 겪을 때마다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지만 예전처럼 오래 가지 않고 비눗방울처럼 금세 사라진다. 그러고 보면 아토목세틴은 내 개성은 유지하면서, @ 증상은 완화해주는 효과를 선사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