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취향 조회수 40 2018-09-08 03:16:10 |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주기적으로 현자타임이 온다고하는데 딱 내가 지금 그 때인 것같다.
가슴이 한 켠답답한데 심심하기도하고 옛 생각이 나기도 해서 나의 충동성에 대해 글이나 끄적여 봐야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ADHD라는 것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유전.
우리 아버지는 90년대중반 다니던 회사에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상사의 얼굴에 홧김에 '충동적으로' 서류를 던졌다가 해고당했다.(아버지는 그를 문어대가리라고 표현하시곤 했다.)
모은 돈으로 '충동적으로' 당시 기준으로는 규모가 큰 준대형슈퍼마켓을 차렸으나 이마저도 쫄딱 망해버렸다.
그 후 어머니와 함꼐 세탁소운영을 하며 소일거리로 포터를 몰며 일을 하였으나, 성질머리가 워낙 급하여 주변 평판이 좋지 않았고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져만갔다.
안그래도 성질머리 급한 양반이신데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속을 풀데가 없어 자기 전에 소주한두잔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한두잔은 한두병, 두세병으로 늘어가 술을 먹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는 알콜의존증까지 오게된다.
우리 어머니도 성격이 급하고 자주 까먹는다. 밖에 나가면 집에 놔두고 온 물건이 꼭 하나씩은 있어서 집으로 돌아오기 다반사였고 약속날짜를 잊는 것은 물론 요리하다가 불끄는 것을 깜박해 냄비를 태우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바람을 피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주 크게 싸웠고, 어느 날은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였다.
어머니는 그 날 새벽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셨고 그 후 나는 20살이 되도록 어머니를 볼 수 없었다.
그 때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였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수업을 듣지 않았다.
선생님 목소리에 집중하려고 해도 금새 다른 공상들이 머리속으로 치고 들어왔고 겨우 선생님목소리에 집중을 해도 강의속도보다 내 이해속도가 현저히 느려서 따라가질 못하거나, 강의속도보다 내 이해속도가 훨씬 빨라 답답해서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관심없는 과목들(사실 대부분)은 창밖을 보며 다른 생각을 실컷 하거나 책에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좋아하는 과목은 굳이 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 교과서를 보며 공부했다.
벼락치기는 곧잘하여서 중학교 때 중상위권 성적은 유지했으나, 당시 나는 조금은 삐뚤어져 있었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기에 실업계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1년동안은 정말 원없이 놀았던 것 같다. 피씨방에서 원없이 게임하고 수업시간에 몰래 노래방도 가고 방과 후 친구집에 가서 누워서 얘기만 하고 놀아도 즐거웠다. 집에 있을 때만 뺴고.
정리정돈이 너무 어려웠다. 밥을 먹거나 군것질을 하고나서 치우는 것도, 옷을 벗고 제자리에 놓는 것도,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집은 반지하라서 바퀴벌레는 또 어찌나 많던지.
아버지는 세탁소를 접고 본격적으로 운송업을 시작하며 일주일의 대부분을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는 날은 무조건 술에 만취한 상태였고 그 떄마다 정리안된 내 방을 보며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곤 했다.
아버지가 오늘 집에 오시는 날이라는 것도, 그리고 혼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리정돈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술취한 모습만 봐도 지긋지긋했고 한시라도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원기숙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공고를 친구와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게되었다.
단과학원에서 숙식을 하며 아침에 일어나 학원 문을 열고 청소하고, 밤에는 학원 문을 닫으며 청소하는 일을 하고 월급도 주고 학원강의도 공짜로 듣게 해주는 아르바이트였다.
무엇보다 숙식아르바이트라는 것에 끌려 아버지한테 말하지도 않고 충동적으로 그날부터 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재밌는 아르바이트였다. 5층짜리 건물의 단과학원이 었는데 밤에 학원문을 잠그고 혼자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려도 보고, 200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에 내가 선생인것마냥 칠판에 판서를 해보기도하고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서 선생님들 책상에 앉아보기도 했다
첫 한달은 수업은 듣지않고 월급만 받았으나, 한 과목, 한 타임에 한달 4만원 하는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혜택을 버릴 순 없었다. 곧 개학하면 고등학교2학년이었지만 공부를 손에 놓은지는 한참되었으니 고등학교 1학년 때
......
원래는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충동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과거회상이 길어져 횡설수설한 긴 글이 되었다. 벌써 새벽3시가 넘어가기도 했고 이만해야지.
내일은 명동CGV에서 히치콕스페셜 영화를 보고 친구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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