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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살렸다 게으른 게 아니었구나… 나를 이해하게 된 계기
Level 1   조회수 186
2025-05-23 04:29:23
 자꾸만 나를 미워하던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되기까지


3년 전,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전화를 걸었다.

 ADHD 검사를 받고 싶다고 예약을 했다가, 하루 전날 취소했다.
 비용도 부담됐고, 무엇보다 ‘병명’이 확정되는 게 두려웠다.
 약을 먹는 것도 겁이 났다.
 혹시 내가 너무 유난인 건 아닐까, 그냥 게으른 성격이라면?

주변에서는 남들도 다 이 정도 실수는 하고 산다던데... 난 정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내 주위에도 adhd나 도파민 중독자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 마음에 도망치듯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또 3년이 흘렀다.


내 안의 혼란스러운 나날들

그동안 나는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어른'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갈수록 나를 감당하는 게 어려워졌다.
 불면증, 만성 불안, 충동적 소비, 자주 반복되는 실수, 감정 기복…
 그 모든 게 하나의 고리처럼 얽혀 내 삶을 휘감았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도파민 중독처럼 빠졌다가,
 흥미를 잃으면 산처럼 쌓아둔 채 끝맺지 못했다.
 감정에 따라 충동적으로 지출했고, 나이에 비해 저축도 거의 없었다.
 일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워 휴직과 이직을 반복했고,
 결국 스스로가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여전히 제일 싫은 일은 설거지와 빨래 개기 그리고 취업하기다.

돈만 많다면 평생 백수로 살고 싶을 정도지만 경제적 자유를 위해 돈을 모을 수도 없었다.

참는다고 참아도 항상 벌이는 안 늘고 쓰는 돈은 늘어만 갔다.

‘이렇게 사는 내가 너무 싫다’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다 목구멍에 걸렸다.


어릴 적부터 그랬더라

지금 돌아보면, 이런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나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고,
 항상 낙서를 하거나 딴짓을 하다가 선생님께 혼나기 일쑤였다.

낙서를 자주 하다 보니 그림을 잘 그리게 되고 주변에서 잘 그린다고 인정받으니 신이 나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수행평가로 완성된 그림 제출하기가 어려웠다.
 숙제를 빠뜨렸고, 준비물을 자주 놓쳤고, 집 열쇠를 매번 잃어버려 결국 집 문은 전자도어록으로 바뀌었다.

지루함을 참지 못했고, 피아노도 끝까지 완주한 적이 거의 없었다.
 나는 그걸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꾸 틀리는 건반이 너무 싫고 무서워서 대회에 나가는 걸 피했던 거였다.
 항상 나를 비겁한 사람처럼 느꼈다.


내 안의 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누군가와 가정을 꾸릴 수도, 아이를 키울 수도 없겠다."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처럼 변했고,
 연애할 때도 상대방을 지치게 했다.
 그 사실이 너무 괴로워서 점점 감정을 숨기게 되고,
 그게 또다시 관계를 어그러뜨렸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나 정말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해!!! 벌써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가는데 큰일 났다. 항상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피할 수 있으면 도망치라는 말처럼 느껴져서 도망만 쳐왔는데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었다. 늦었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안게 어딘가! 초조해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 100살 인생 중 남은 인생은 더 아름답겠지.

 도망치지 말자. 내 안을 직면하자.
 그래서 다시 병원을 예약했다.
 검사도, 진단도, 결과도 이제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나에겐 희망이 있어

나는 단점만 있는 사람이 아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좋아하고,
 건강을 챙기며 담배와 술을 멀리한다.
 충동적인 소비를 하긴 해도 과소비는 지양했고(나는 내 또래에 비해 차도 없고 명품도 없다),
 짧은 집중력은 ‘작심삼일도 반복하면 된다’는 말처럼 훈련하려 했다.

지각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더 일찍 나서려 노력했지만
 ADHD 특유의 시간 감각 문제로 아직도 타이밍 조절은 아직도 좀 어렵다.
 너무 빨리 나가는 것도 못 견뎌서 더더욱 애매한 시간에 출발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요즘은 수영을 시작해서 몸과 마음이 함께 가벼워졌고,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이제는 ‘나 자신을 그만 원망하고 자책하고 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참으로 애썼구나, 이제는 정말 잘 살고 싶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나서, 나는 참 많이 울었다.
 "참으로 애썼구나…"
 "어쩌면 일찍 알았더라면…"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동안,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들었다.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이 ‘정상’이라고 믿으려 애썼다.
 지능으로 버티고,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고, 일상은 어떻게든 굴러갔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였지만, 내 속은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여태껏 잘 버텨왔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이제, 약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분명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졌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은, '상식이 부족하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였다.
 나는 늘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남들은 다 아는 걸 왜 나는 자꾸 잊을까?
 그런데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
 “지적 호기심이 낮다 보니 상식이 잘 축적되지 않았을 뿐이에요.”
 순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는 바보가 아니었구나.
 그저 관심이 없고 흥미가 부족해서 집중하지 못했던 거였구나.

이제는 약의 도움을 받으며 지적 호기심도 차근차근 채워나가고 싶다.
 상식도, 배움도, 흥미도,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남들은 저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지?”
 그 괴리감에 오랫동안 괴로웠던 나에게, 이제는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나아가면 돼.”



검사 결과 중에서 기분 좋았던 설명도 있었다.
 "하나를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 말을 듣자 떠오른 것은, 내가 낯선 도시에서도 길을 잘 찾고, 여행을 참 좋아했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정말 인생에 값진 경험이었다. 계속 낮아지던 자신감에 성취감을 주고 인생이라는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하는지 축소판으로 느끼게 해주는 길이였다.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이런 성향은 건축사와 잘 어울려요.”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건 내가 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ADHD 특성상 큰 프로젝트보다는 외주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지만, 그래도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엔 모은 돈도 없고, 현실적인 벽도 높다.
 그래도 언젠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꿈으로 남겨두었다.



요즘 내 꿈은 하나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
 그 자유를 바탕으로, 언젠가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때는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내 삶의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나는 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삶을 조율 중이다.
 구직을 위해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지만, 벌써 세 군데에서 서류 탈락 통보를 받았다.
 솔직히 약간 좌절했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불굴의 의지로 꼭 좋은 곳에 취업해서, 충동구매도 줄이고, 절약도 해보고, 부업도 찾아가며 살아보고 싶다.


나는 죽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단지, 이전처럼은 더는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잘 살고 싶다.
 100세 시대. 언젠가 꼭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새로 꾸게 된 꿈도 이루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삶을 참으로 윤택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오늘도 나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이제라도 나를 이해하게 되어 참 다행이다.



ADHD는 가장 치료효과가 좋은 증상 중에 하나라 치료하기로 결심만 해도 시작이 반이라는 것이다.

나도 벌써 약을 안 먹어도 많은 점이 좋아진 것 같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차오른다. 

앞으로 치료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잘할 수 있을 것 만 같다.


그리고 저도 꼭 인증 톡방에 참여하여 서로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력을 주며 열심히 참여하고 싶어요

특히 절약 인증방이나 청소인증방 그리고 필사인증방 달리기(운동)인증방 등 참여하고 싶은 방이 정말 많아요!!

저 수영도 다니고 있고 청소는 최근 열심히 하며 안쓰는 물건들 잘 분류해서 당근에 팔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고 고쳐쓰기도 하고 있어요! 회분도 키우고 있구요. 필사 인증방을 통해 지적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요. 더이상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충동구매...도파민 분출시키는 소소한 것들...정말 참아내기 어려운데 인증하며 극복하고 싶어요(그나마 다행인게 저는 돈이 없어서 명품도 안사고 차도 없어요! 이번에 청년도약적금도 가입했고 취업하면 월급 통장, 체크카드 잘 활용하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서로 정보공유하고 싶네요. 물론 알고리즘 덕분에 유튜브로 많이 보고 있습니다ㅎㅎㅎ)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저처럼 스스로를 자주 탓하거나
 왜 이렇게 반복되는 실수 속에서 헤매는지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ADHD#ADHD진단#ADHD에대한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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