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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전 확신의 순간
Level 3   조회수 114
2023-12-11 19:31:47

우울증에서  양극성에서 결국 ADHD까지 이르게 됐다

그래도 뭐 평생 이렇게 살아왔고 나름 해결방안 혹은 포기 회피를 하며 그럭저럭(진짜?)살아왔다

내 주위에 고마운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씩 견디고, 혼자 숨겨가며...질질 세는 바가지를 들고

우물에 물을 남들보다 더 많이 한번 더 푸는 것으로 ....나를 갈아넣었다

어느 지점에서 나는 충동적으로 병원을 찾아갔다

찾아온 이유와 몇가지 질문에 최대한 간단히 간결하게 답하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나는 간단한 질문에도  장황하게 매우 매우 장황하고 길~~게 답을 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고

또 이게 ADHD의 흔한 증상(?)혹은 유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글을 쓰면서 또 깨닫게 된게 진료를 받으로는 왔지만, 나는 내가 그다지 심하지 않고 내가 잘 컨트롤(무엇을?)하고 있다는

인상을 의사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인것 같다

여튼, 몇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 짧은 시간 후 의사는 검사를 권유하면서  검사하고 결과까지 2-3주까지도 걸릴 수 있는데

약을 먼저 먹어보면 좋겠다고 하였다. 너무 힘든 상황인 것 같다고...나는 어 ...10분의 1도 이야기 안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뭐....일단 비보험으로 약을 받아왔다  콘서타 27...

흠...내가 약먹을 정도인가? 나름 괜찮은거 같은디....생각했다

집으로 와서 오전 11시에 복용하였다

채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 안에서 들끓던 격정적인 감정들과 화가 나지 않고 있으며 머리 속이 조용~~하다는 걸 인지 했다.

혼잣말도 사라졌다.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에 혼잣말을 막 하면서 ``어랏....이것도 증상이였어? ``깨닫게 되었다

확신의 순간이었다.

ADHD 맞구나!!!! 알고 있고 의심하고 있었으나, 스스로 미루어 두었던 것 혹은 ADHD 까지는 아니고 조금 그런 성향이겠지

다른 사람들도 다 이 정도는 있잖아 하며 회피하던 것......등등  이 글을 읽는 사람이 ADHD라면 더 늘어놓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일주일 복용을 하며 드라마틱 이란 표현은 이럴때 쓰는 말이다 라고 생각했다

약을 먹으며 나는 지나쳐 왔지만 나를 너무 힘들게 한 많은 많은 것들이 ``내가 아닌 ADHD때문이였다고?  이게?`` 하는 순간들이

천만번은 있었다.

반백년만에 낮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

반백년만에 어지러운 꿈을 꾸지 않고 자게 되었다

반백년만에 아침에 절망과 함께 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다

반백년만에 출근과 외출을 준비 하며 죽고 싶다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전중에 끼어드는 차에게 미친년처럼 화가 나서 욕설을 하지 않았다

안과에서는 별이상 없다 했지만 늘상 시야가 뿌옇고 눈이 불편하던 것이 사라졌다 개안한것 처럼..

온 몸의 근육통, 하루종일 누워 있어도 미친 듯이 피곤하던것이 거짓말 처럼 사라졌다

일하고 남들과 대화할때 딴짓도 하지 않더라..그리고 자꾸 웃었다 

사람들이 거슬리지 않았다. 너그러워지기까지...

백만번 생각하고 백만번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후에 완전 까먹거나 안 해도 되는 이유를 찾으며 미루던 것들을 

생각과 동시에 몸이 하고 있었다.

실수를 해 놓고 그 실수에 데미지를 입을때까지 까맣게 모르던 내가 데미지를 입기 전에  먼저 발견하기도 하였다

반백년간 내 것이라 생각 했던 절망, 우울, 무력,자괴감, 자기비하, 분노,불면증들이 약과 함께 첫날에 한꺼번에 정말 한꺼번에 ``팟``하고 없어졌다

``이게...이렇게 된다고?.. 내 탓이....아니 매일 죽을 것처럼 힘을 다 해도 안되던게..이게 된다고????? 이렇게 쉽게? 힘들이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너무 잦은 실수라도 진짜 쬐금이라도 실수를 덜 하게 되기를 바라는 바라며,

 받아 온 조그만 알약 하나가..내 폭풍을 사라지게 했다

3주후 검사결과를 들으러 갔다

  의사: `` 어떻게 지내셨어요? `` 

    나: 선생님 저 ADHD 맞네요`` 

의사: ?? 네? 

   나: 약을 먹자말자 알게 되었어요

의사:ㅎㅎㅎ 네 그러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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