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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야근 중에.
Level 4   조회수 158
2021-03-05 20:05:08

#1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믿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근거도 없고 도출되지도 않은 것, 단단한 받침 없이 공중에 붕 뜬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준다.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음에도 이 말을 너에게 준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논리와는 달리 감사할 여지가 존재한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준다. 너는 할 수 있을 거라고.


#2

야근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어떤 것이냐면

다른 사람들이면 탁 하고 알아채서 해낼 일을 3시간의 삽질 끝에 삽질했음을 깨닫고 절망에 젖었다가 내가 못 본 아주 사소한 특징을 그제서야 본 뒤에 삽질한 세 시간을 메꾸는 것이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메꿀 기회도 없이 고통받았던 날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내가 나를 채울 기회가 있고 여기에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기뻐할 수 있는 부분이다.


#3

아무래도 일을 잘 하는 사람처럼은 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일을 못하고 나처럼 끙끙 앓는 사람에게는 손이라도 내밀고 싶다.

아무래도 누구 위에 서서 지시를 내리기에는 영 모자란 사람이고, 나만큼이나 못하거나 나보다는 약간 잘하지만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해하지 못하고 몇주를 삽질했던 내용들을 찬찬이 매뉴얼로 만들어서 줘 보자.

기한이 그주까지인 일을 내가 주말 야근으로 채워놓고 연습의 기회를 줘 보자.


이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일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못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내 지식은 나같은 사람들을 약간이나마 도와주는 데에 쓸모가 있겠지.


그렇게 보면 일에 대한 지식은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에 대한 것일 수 있지만

일을 잘하는 것에 대한 지식 일을 못하는 지식은 그와는 별도로 쓸모가 있는 지식이고

그건 다시 일을 잘하거나 못하는 것과 관련된 그런 일에 대해서는 쓸모가 있는 것이다. 가르쳐준다든지, 환경을 갖추게 해 준다든지, 어떤 사람이 일을 망쳤고 다른 사람이 분통을 터뜨리며 욕을 할 떄에 가만히 침묵을 지키는 방식으로.


#4

동기는 나랑 비슷하다. 비밀을 지킬 수 있는지 그 여부를 몰라서 에이디를 말해주지 않았다.

기간제 근로자 몇 분도 그러하다.

그런 사람들이 일터에, 사실은 도처에 종종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상황만 잘 주어지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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