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에이앱을 눈팅만 해오다가 용기내어 조금 전에 가입을 마치고 쓰는 첫 글입니다. 블로그라는 너무도 공개적인 공간에 이러한 두서없는 단상을 적는게 적절할지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콘서타의 영향에서 벗어난 야심한 시각에 경어를 생략하고 쓰는 글인데, 글의 성격이 문제가 된다면 가차 없는 조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매일 빗발치는 전화와 메신저의 홍수 속에서 힘들게 자리를 하나 꿰차고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원래 이런 글을 브런치에 꾸준히 작성해서 호스팅을 받는게 내 버킷리스트이자 하나의 소소한 꿈이었다.
하지만 철저한 @ 아니랄까봐, 주중의 영업시간 종료와 함께 콘서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 내 정신은 몸보다 먼저 침대 속에 가 있다.
어느 곳에 작성하던 다 영리적인 목적이 아니란덴 변함이 없지만, 아무튼 그래서 @에 관한 생애 첫 글도 결국엔 다수가 머무는 공간의 틈바구니에 자리잡게 되었다. 내 하루의 2/3를 차지하는 일터에서의 일상처럼.
졸업 마지막 학기와 함께 발견한 나의 @ 증상 덕분에 20대 중반까지 너무나 힘든 고군분투를 끝마칠 수 있었다.
대학의 중앙도서관에 종일 앉아있어도 전공 책 몇 페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지독한 고통은 콘서타 복용과 함께 이제 안녕이었다.
강의 시작 30분 전이면 강의실의 맨 앞 좌석에 자리를 찜하고, 등하교길에 조악한 녹음의 강의를 몇 번씩, 학기 내내 돌려보는 것도 이로써 끝이었다.
현대과학의 힘은 너무나 놀라웠다. 청각 없이 일 평생 살던 사람이 인공 와우 수술로 세상의 소리를 처음으로 듣는 순간과 비견될 만큼 너무나 행복한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
그 해에 나는 한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의 인적성시험에 합격했고,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에 최종 합격하여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별 과제 조장은 이제 프로젝트 기획 담당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꽤 신기하긴 하군.
물론 콘서타 복용을 시작한 극 초반에 비하면 그 약효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복용 초창기엔 무슨 물리의 초끈 이론 같은 걸 앉아서 단번에 이해할만큼 강렬한 효과가 있었다면, 지금은 멍 때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정도이긴 하다.
억 단위가 오고가는 엑셀 워크시트의 근기표 숫자를 틀리는 순간엔 오금이 저린다. 이러한 크고 작은 실수로 상사의 꾸짖음을 듣는 걸 보면 완전한 @ 증상의 해소는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업무 중 내 실수로 혼날 때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지만, 또 퇴근해서 맥주 한 잔 마시며 돌이켜보면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영업 시간 중에는 철저한 페르소나로 무장하게끔 콘서타가 큰 힘이 되준다. 그리고 퇴근 이후엔 서방정이 힘을 다하고 한 꺼풀 벗겨진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도 있고, 무슨 하이브리드 전기차 마냥 나의 모습이 생각해보면 묘하다.
그래도 극악의 연비로 매연을 내뿜는 디젤 차의 모습을 숨길 수 있어 기쁘다.
블로그 글의 제목이 두서없이 쓰는 직장인의 단상이니 이제 글도 두서없이 마쳐도 괜찮을지 싶다. 주말을 이불 속에서 보내니 이러한 글을 남기는 여유도 있었는데, 전쟁같은 월초를 보내면 내 몸과 마음은 다시 너덜너덜 해지겠지.
이번 주말이 찾아오기 전,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또 다른 쓸 거리가 생기면 그 때 다시 찾아오고자 한다.
사회가 강요하는 페르소나 속에 숨어사는 직장인들의 12월 안녕을 기원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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