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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bberish
Level 2   조회수 27
2019-07-17 22:14:22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습한 여름 밤바람에 실려 날아왔다. 옆을 돌아보니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한 몸빼를 입은 중년 아줌마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집 주변을 홀로 한바퀴 밤 산책을 했다. 오늘 따라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 길엔 사람은 많으나 내 사람은 없기에 말없는 가로수와 다름없는 풍경들일 뿐이다.
나에게 살아있고 소통하는 가장 친근한 존재는 식물과 토끼 뿐...

이 동네를 와서 세번째 여름을 보내는 것 같다. 아직도 낯선 동네 풍경들. 구석구석 돌다보면 참 낯선 모습들이 많다. 나는 마치 여기 처음 온 여행객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걸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가 한여름 밤 더위를 피해 호프집으로 날아든 사람들을 본다.

불황이라는데 이 동네는 불황을 모른다.그들을 보면서 때로는 그들이 되고싶기도하지만 나는 지금 이대로도 좋다. 나는 이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게 걱정스러우니까. 그냥 밥벌이나하고 남에게 피해 안주고 조용히 성실히 살면서 내 취미나 하고 늙어가는게 가장 큰 소망이 되어버렸다.

길을 걷다보니 작년 이 맘때 여름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시간은 참 속절없이 잘 간다. 예전에 이 거리를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는지 생각나면서 씁쓸해진다. 전화를 하면서 가고 있었지.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이다. 나의 뇌가 고장난 것일까...아직도 세상이 낯선건 내가 어딘가 모자란 탓이겠지.

요즘은 아주 오래된 동네를 매일가곤 하는데 50년은 더 된 집들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저 집이 처음 깨끗하게 지어졌을 땐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가끔은 그 낡은 집에서 나오는 노인을 보면 그 집과 함께 나이들었을 것 같아서 이 동네에 대하여 물어보고 싶었고 하루는 어떤 할머니와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할머니는 외로우신지 내 가방문이 열렸다고 알려주시면서 옆에 와서 계속 말을 붙이셨다. 그것도 마치 친한 사람처럼 내 팔을 툭툭 처가면서. 나는 그저 웃어드렸다.

오늘과 같은 느낌을 받은 아주 옛날이 생각난다. 낮잠을 자다가 깼는데 세상은 푸르스름한 느낌이었고 너무나 적막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자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끔은 어린시절 엄마가 했던 말들이 생각나곤 한다. 어릴땐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해되는 말들...

오늘은 내가 끄적댄 일기같은 노트를 발견했다. 내가 한동안 좋아했던 블로거들이 생각나서 찾아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자기 일상을 쇼핑을 자랑하는 블로그엔 가지 않는다. 독특한 인생을 살아오거나 진솔하게 자기얘기를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들어가곤 했는데 그들은 보통은 힘겨운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왜 일까? 난 왜 너무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옆에 다가가지 못한걸까? 왜 그늘져보이는 사람을 좋아했을까?

최근까지 몇년을 연락하는 어느 블로거는 성공하더라도 꼭 자기를 잊지말고 놀러와달라고 했다. 마치 나를 꼭 성공할 사람으로 여겨주는게 고마운 말이기도 했지만 씁쓸했다.

계속 떠돌고 싶지는 않기에 요즘은 시간을 멈춘듯 집중을 하고 있다. 꾸준히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갔을 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기에 나를 더 갈고 닦아본다.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기에...
전두엽아 일을 하자. 이만큼 실패했으면 성공할 때도 되었다라는 에이애퍼말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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