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다가 실패하는 경험을 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저런 경험이 적다. 왜냐하면 나는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하다가 실패할까봐 그게 너무 무서워서 실행을 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계획은 셀 수 없이 많이 했지만 그 계획을 실행으로 옮긴 경우는 10%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실행 스위치를 눌러야 예상 내/외 의 결과가 나오는데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계획이 순서대로 딱 딱 떨어져서 한 번에 되지 않으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되돌아보면 내 역량에서 절대 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삼고, 정한 순서대로,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성공적인 결과를 요구하는 계획들만 짜댔다.
조금이라도 순서가 변하거나,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는 견딜 수 없이 스트레스 받고 화가났다. 그래서 나는 계획은 많이 짰지만 실행 스위치를 누를 수 없었다.
최근 오랜 기간동안 상담선생님과 이 문제로 상담을 했다. 이 현상에 대해 상담선생님은 달리기 시합으로 비유를 들었다.
내가 100m 달리기 시합에 출전을 했는데, 나는 '시작점에서 결승지점까지 10 걸음 안으로 도착을 해야하며, 순위는 1등으로 가야 한다' 와 같이 지킬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괴로워한다 말했다. 너무 무모한 목표 및 계획 ,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강도 등 이런 식으로 기획하면 누구나 하기 싫어하고,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내 생각 및 목표를 짜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판을 엎어서 처음부터 없었던 것 취급. 안했던 것 취급 하는 것에서 계획을 짜되 최대한 간단하고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어떤 책이든 좋으니까 하루에 책 3페이지 읽기, 반드시 헬스장에서 할 필요 없으니까 하루에 운동 1시간 하기, 전에 시도했다가 그만뒀었던 자격증공부 천천히 다시해보기 등 난이도도 쉬워서 꾸준히 지킬 수 있으면서, 반드시 이렇게 해야한다는 특정 조건도 없이 범위를 넓게, 그리고 강도는 약하게 목표를 정하고 지켜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인지라 이런 목표를 세우고도 실행하다가 가끔씩 귀찮고 힘들어서 지체하거나 오늘은 쉬자.. 와 같이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면서 오늘은 좀 쉴까..? 하면서 고민할때
내면에서 '야 이 게을러 터진녀석아! 이렇게 까지 했는데 이걸 미루려해?'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이렇게까지 가볍게 정한 목표도 못지키는 게으른 사람인가?' 라고 생각을 했다. 한편 이게 게으른건가? 게으르다의 기준은 어느정도지? 라고 생각해서 사전을 찾아봤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의 게으르다의 정의는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 라고 나온다. 위의 정의를 기준으로, 게으른 사람의 조건은 조건1) 행동이 느리다 조건2) 움직이는걸 싫어하는 버릇 or 일하기를 싫어하는 버릇이 있다.
사전의 정의랑 조건을 보고 나는 게으르다 라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었다는걸 깨달았다.
'서있으면 앉아있고 싶고, 앉아있으면 눕고 싶고, 눕고 싶으면 자고 싶어하는게 사람이다.' 라는 말이 있다. 움직이는거보단 누워있는걸 좋아하는게 사람의 특성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누가 일하는걸 좋아하는 버릇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싫어한다. 있다 하더라도 일 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많은데;; 내가 게으르구나 하면서 자책감을 가질 뻔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게으르다의 특성을 반 정도 가지고 있다. 나도 사람이니까 게으르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한데 이걸로 슬퍼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뻔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게을러 터진녀석아' 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이렇게 쉽고 작은 목표하나 지키지 못하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하면서 좌절하고 자책하면서 우울해 하면서 있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게을러 터진녀석아' 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이게?, 왜?, 어느정도가 게으른건데?, 그전에 게으르다의 정의가 뭔데? 하고 찾아보고, 나름대로 깨달았다.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결과가 잘 안나올 때, 계획 자체를 엎어버릴 생각이 아니라, 조금씩 개선하려 하는 연습을 하고있다. 완벽한 결과를 노리는게 아니라 원인파악 및 개선을 통해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라는 조언을 듣고 연습중이다.
사고를 바꾸는건 쉽지않은 과정중 하나겠지만, 확 바뀌지는 않을게 뻔하니 한 발짝씩 천천히 바꿔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