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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입니다. 많은 일이 있었네요
Level 2   조회수 132
2019-10-14 22:45:07

마음이 심하게, 지속적으로 아프기 시작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한지는 6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 두 사건들을 기념하고자 맛있는 음식도 시켜먹고, 집도 깨끗하게 정리한 뒤, 편안한 상태에서 작년부터 최근까지 제가 적은 글들을 봤습니다.


(1) 내방후 치료를 받기 전, 심적 고통에 몸부림 칠 때 작성했었던 글들을 봤습니다.

-'온 몸을 휘감는 이 슬프고 더러운 느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생각들을 멈추고 싶다.' 

분석

<지금 봐도 아찔할 정도의 내용이다. 매우 위험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강해져야한다, 울지않아야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는 글도 많이 적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2) 내방 후, 우선 항 우울제, 진정제를 처방받은 후 글들을 봤습니다.

- '언제쯤 다 나을까 이럴 시간이 없는데.. 빨리 취업하고 사람노릇 해야하는데...' 

분석

<초조, 불안해 하며, 빨리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도망쳐야 하는 사람처럼 초조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3) ADHD진단 후 치료중, 틈틈히 에이앱에 작성한 글들을 봤습니다.

분석

<매우 지쳐서 해낼 힘이 없는 상태를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에 매우 인색하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심적으로 힘들 때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야 하는 걸 알았습니다. / 어떤 일을 겪었을 때 (격려/원인분석)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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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터 (3) 까지의 기간은 작년 10월 중순 부터 지금까지 1년 입니다. 저는 내방 전까지 (1) 상태에서 4개월동안 보냈습니다. ( (1)상태는몇 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있었습니다.)

*(2)단계는 짧게 있었고, (3)단계는 6개월 조금 넘었습니다.(현재)


예전에, 한 책에 적혀있던 수필을 읽었는데, 치료는 의사와 환자 서로의 믿음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읽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잘 적용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누구든 좋으니 그만 아프게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내방을 했습니다. 그때 원장님께서는 제 상태를 보고 저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른 후보로 정했던 병원들은 그냥지우고, 현재 내방하고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적 의견으로, 내과 외과도 아니라 정신계열쪽 의사선생님들 중에서 대놓고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 후에, 방문 할 때 마다, 치료중 격는 증상들을 생각 나는대로 원장님께 다 말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원장님 께서는 그 증상에 맞춰서 단계별로 처방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처방해주시는 약을 제 때 다 먹고 만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료 초기에 원장님께서 제 상태를 보고, 저는 다른 사람들 보다 오래, 많이 아프게 지냈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치료기간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 오래 걸릴 수 있으며, 많이 아플 수 있다 했습니다.

에이앱 회원가입 초기, 회원님들은 어떤 약을 드실까 하고 살짝 글을 둘러봤을 때, 복용량이 저와 매우 차이가 나는 걸 보고, 제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치료하는 중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를 계획을 하고 실행하려 해도 몸이 안따라줘서 화가 난적도 있습니다. 작은 약속 하나 지키지 못했을 때 눈이 돌아갈 뻔 한 적도 있습니다.

작은 습관 하나 만들지 못해서 너무 짜증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생각은 이미 산 정상인데, 입구에 발 하나 떼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할 때도 많았습니다.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서 평소에 하던 행동들을 필요 이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책 한장 읽기가 세상에 이렇게 버거울 줄 몰랐습니다.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아 공책을 펴고 펜을 쥐는 게 이렇게 힘들 지 몰랐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약이 먹기 싫어서 연속으로 안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상담시간에 저에게 호의적인 상담선생님에게 짜증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에 사람이 이렇게 기분이 널뛰기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감정의 변화폭이 심해서 자신이 매우 한심하고 혐오스럽다 느껴졌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을 때,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로 괴로운 경우들이 있을 때 마다

원장님은 현재 겪는 그런 현상들이, 제가 낫고 있는 증상들 이라며 오히려 그런 상태들에서 도망치려 하면 안된다며 격려해주셨습니다.

그 격려에서 힘내서 다시 치료에 전념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고 치료도 많은 효과를 봤습니다.


지금까지 치료하면서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제 심리 상태는 약을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평온하지 않은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들 모두 치료과정들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최근 원장님께서 제가 다른 환자들에 비해 치료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면서, 처음 내방했을 때랑 비교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까지 아팠던 것들 보다 더 크게 아플 거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그 후에는 더 많이 좋아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본격적인 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6 개월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을 때로부터 1년이 된 오늘, 제가 이런 상태가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알바를 다시 하게 될 줄도 몰랐고, 다시 사람들이랑 대화를 할 수 있을 줄도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 얼굴조차 쳐다보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잘만 보고 다닙니다.

아직 책 읽기가 많이 힘듭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도 잘 못지키는 경우도 잦습니다. 하지만 이젠 심하게 자책하면서 우울해 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심하게 아파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포기해버리고 싶는 일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저만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비해 변한 점들 중 제일 마음에 듭니다.


첨부파일KakaoTalk_20190430_144449738.png (103.7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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