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아 하이 , ,
너가 준 편지 잘 읽었어 아날로그식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려는데 답장을 1달동안이나 기다려야한다는건 너무 현대적이지않은것같아서 e-mail^^을 보내.
나도 부산에서 자취를 시작한지 이제 갓 2달이 넘었어 예전에 너 자취방에 놀러갔을때 누워서 생각했지 (너랑 술 졸라 마니 먹고 . . - 중략 - 하던때가 넘 재밌었고 기억이많이나 . . 근데 그때도 이미 넘 즐거워서 나중에 되면 이때가 진짜 그립겠다 생각했었음..) '아 ㅇㅇ이는 어른같다 , , , '하고..
나도 이제 '그런' 어른이 되었어 . . 혼자 살림을하고 장을보고 화장실도 청소를 해 나는 화장실에 곰팡이가 핀다는걸 몰랏어 . . 근데 남친이 놀러와서 화장실에 습기차면 곰팡이 낀다면서 막 환기를시키는거야? 그리고 타일에 낀게 곰팡이라고 알려주더라고 . . (충격) . . 이후로 쿠팡에서 곰팡이제거제를 사서 뿌렸는데 진짜 5분만 지나니까 감쪽같이 사라지더라. 그리고 불행인지 모르겠는데 아빠가 갑작스레 퇴직하시는 바람에 주거나 경제적으로 완전 독립하게 됐어 사실 이렇게 멀리 혼자 떨어져서 살거라곤 반년전까지만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게 독립의 시초가 될줄은 상상을 못했음..) 너무 순조롭게 독립을 하게되다보니 처음에는 적응이안되고 좀 부담감? 슬픔? 홀가분함? 등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 그 소식을 들은게 지난달 이맘때쯤이었으니까 지금은 어느정도 맘이 편안해진듯해..
지금 다니는 회사는 본사가 ㅇㅇ에 있고, 내가 있는 곳은 부산의 작은 지점이야. 얼마나 작냐면 한 사무실에 나 포함해서 4명이서 일해. 그래서 좋은점도 있고 나쁜점도 있어. 일단은 사람들이 다들 젊고 . . (내가 제일 막내인데 나이도 젤 어린게 다행..) 개인주의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라서 좋아.. 딱 업무시간에만 필요한 얘기만 하고 각자 집에 가. 아 그래서 요새 대면대화를 정말 안해 .. 사람들이랑 부대낄 일이 없으니까 말수도 적어지는거같고 . . . 근데 원래 내가 가고싶었던 기업은 아니라서 올해가 가기전에는 이직을 하려고 해.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업무일정도 다 지연되고 그래서 할일이 별로없어... 그래서 일하는척 하면서 너에게 메일을 쓰고있지 . .
아 ㅇㅇ과정을 하고있는 너에게 이런얘길 하니까 좀 미안하기도한데 . . . 요새 난 좀 쉬면서 놀면서 새로운 취미(베이킹)를 시도해보고있어 그동안은 제일 만만한 스콘을 여러번 구웠었어.. 같은 반죽에 속재료만 바꿔서 초코스콘, 견과류스콘, 초코견과류스콘, 크랜베리견과류스콘... ㄸㅏ위를 만들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최근에 한 5키로정도 찌고(다시 돼지 됨 . . . ) 이제 탄수화물을 줄여야겠다 싶어서 그저께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빵을 구워봤어 이스트도 안넣었는데 너무 빵빵해져서;;(터지는줄;;) 당황했는데 . .너무 부풀어서 가장자리가 좀 탄것 빼고는 먹을만했어. 올리브오일이랑 발사믹소스에찍어먹고 버터발라먹고 아보카도랑달걀샐러드 발라먹고 . . 그랬음 . .
그리고 어제는 충동적으로 러닝화를 새로 샀어. 너무 오래써서 밑창이 닳았는지 달릴때 발바닥이 아프더라고(아니면 무게가 늘어서 그럴수도 있음..) 근데 뭔가 내가 벌은 돈으로 할인하지 않은 정가의 러닝화를 사려니까 좀 아깝더라.. 인터넷으로 쳐보니까 한 3~4만원 더 싸게 살수도 있겠더라고 이 심정을 남친한테 나눴더니 그런건 그냥 사도 되는거라 해서 그냥 환불하지않고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어. . . 이런얘긴 왜하고있지 . .
왜하고있냐면 나도 최근에 느끼는건데 2달이 지났지만 아직 내가 사는 이곳이 내 집이라는 느낌은 안들더라고. . 평소에 맘이 시끄러울때 달리기를 하면서 푸는편인데, 여기는 달리기를 할 장소가 마땅치않아(내 집 주변은 경사가 가팔라서 뛰기가 힘듦 . . ) 글고 어느날 그 500m정도 되는 거리를 지겹게 왕복하고있는데 달리기를 하는동안 눈에 보이는 장면들이 그냥 낯설고 무섭고 그런거야 그런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니까 모든게 다 싫어지고 그냥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잠깐 들었어(근데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엔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들어서 ^^ 걍 참았음.) 그리고나서 잠을 좀 자다가 . . 마음을 바꿔먹고 .. 용기를 내보자~~! 하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좀 멀리 떨어져있는 공원같은곳을 찾아갔거든 가는동안 무슨 횡단보도가 5개나 있고 겁나 큰 육교도 있고 공사판도 있고 . . 힘들어서 돌아갈까 싶었는데 그냥 목적지까지 가봤어 그때가 오후 11시반쯤이었는데 도착해보니까 그런 고민들이 부질없이느껴질만큼 눈앞의 장면이 넘 맘에드는거야.. 울렁울렁이는 새까만 바다?강이랑 사람들이 아무도없어서 물소리랑 다리에 차다니는소리만 들리고 약간 해양도시부산!^^ 스러운 알록달록한 불빛들이 넘 조은거임 . . 그리고 느낀게 , , 내가 처한 상황에서 멋진걸 찾아내고 그걸 만끽하는건 온전히 내 몫의 일이구나 싶엇어 . . ; 오글 ; ; 암튼 같은 상황에서 암울하게 느낄수도 있는반면, 반짝반짝하고 근사한 곳에서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수도 있는거니께 . .
아무튼.. -후략-
p.s. 어제 편지읽다가 너가 우쿨렐레 치던게 생각이 나서 나도 우쿨렐레를 하나 샀어. 요새도 치니?
편지쓴건데,,,,,,,, 글쓰다가 귀찮아서 관두지않은건 오랜만인것같아서(나름 현재의 상태를 잘 담고 있는것같아서) 그냥 올립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