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ㅇ와 해변가로 산책을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근처를 거닐다가 파도와 바람소리가 잘 들리는 조용한 자리를 찾았다. 맘에드는 맥주를 네 캔 골랐고, 대전에서 같이 먹었던 생각이 나서 쥐포도 데웠다. 나란히 앉아서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는데 정말 소소하게 행복하구나, 싶었다가 이건 소소한게 아니라 사치스러운 행복이구나. 너무 과분한 행복이구나! 생각했다.
2. ㅇ는 나의집에 와서 내 키만큼 쌓인 재활용쓰레기를 분리수거 해주고.. 6달간 냉동실에 묵혀있던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주고.. 화장실 청소..를 해주고.. 청소기를 돌려주고... 기타 필요한 생활용품(청소솔과 주방기구들)을 사주고... 내게 고급음식(스테이크와 파스타)를 해 먹이고... 설거지를 해주었다. (쓰다보니 거의 연인관계가 아니라 봉사자가 독거노인집을 방문해서 봉사하고 간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니 집이 깨끗해진만큼 ㅇ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아 그리고 냉장고에는 ㅇ가 좋아하는 맥주와 우리가 마음에 들어한 맥주 한캔씩이 보관되어있었다. 행복감이 찌르르ㅡ느껴졋다.
3. 함께 있을때 내가 더 반짝이는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함께 있어야하는것아닐까.. 삶의 소소한 영역들(이게 과연 소소한걸까)를 나눌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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