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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4
Level 2   조회수 74
2020-06-24 09:30:10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꿈을 자꾸 꾼다. 솔직하게 입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있었다. 나는 내 마음을 치료받는 게 참 좋은가 보다, 입원하고 싶을 만큼.


의사에게 adhd 약을 받고 상담사에게 다른 것에 대한 상담을 받으려고 했었다. 원래도 adhd랑 동반되는 부수적인 것의 약물을 먹긴 했었지만 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렇게 행동했다. 근데 센터 측에서 제공되는 상담과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 2주에 한 번 꼴로 가기로 저번주에 예약을 잡았음에도 결국 일주일만에 찾아뵙게 되었다. 소견서는 꼭 의사를 뵈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2주 뒤에 오기로 해놓고 일주일만에 다시 찾아온 게 한심해보일까 봐 내심 다른 선생님이 해주길 바랬는데 그럴리 없었다. 


의사 선생님께 왜 상담을 받고 싶었는지 얘기했는데 의사는 저번주에는 괜찮아서 2주에 한 번 오고싶다고 하지 않았냐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렇게 얘기한 이유는 adhd 약을 먹고 두근거리거나 불안한 것이 싹 멎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고 상담이 받고 싶은 이유는 ptsd 얘기를 3주 전 진료에서 하고 난 뒤로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상담을 따로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냥 생각만 나는 수준이면 항상 그랬으니 참을 만도 한데 이제는 알바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웠다. 말하는 것도 힘겹고 숨 쉬는 것도 힘겨웠다. adhd 약을 먹어서 심장이 뛰는 것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하는 편의점에 축 늘어져 있었다. 또 인터넷에서 우울이나 불안, ptsd 자가검진을 전에 했던 건데도 계속 반복해서 하고 그걸 보고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왜 계속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아요? 라고 의사가 물었을 때 나도 내가 어이없어서 몰라요! 라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전에 시간과 여유가 될 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었는데 지금 저는 시간과 여유가 언제 생길지도 모르겠고 당장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일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의사는 거기서 얼마나 상담을 지원해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받아보라고 하셨다. 또 트라우마는 아무리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방향이라도 혼자서는 건들이는 게 아니라고 하셨고 트라우마에 대해 일기를 쓰는 것도 그 생각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했다.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아직 2주 간격으로 올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일주일 간격으로 만나자고 하셨다.


어쨌든 소견서를 뗀 뒤에 상담을 문의하러 갔다. 문제는 상담을 지원해준다는 곳이 대학병원 안에 있어서 코로나 때문에 경비도 셌고 우리 지역 확진자가 느는 추세라 무서웠다. 심지어 대학병원을 혼자 간 건 처음인지라 더 그랬다. 병원에 들어갈 땐 엄지 손가락 끝을 매만지다 길을 헤맬 땐 나도 모르게 뜯고있었다. 안 그래도 싫은 경험과 마주해야 하는데 병원도 코로나에 일부 건물 내부 공사까지 겹쳐서 더 혼란스러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무서웠다. 내가 약한 존재로 느껴졌다. 속으로 굳이 상담을 지금했어야 했을까 싶었지만 나도 나름대로 힘들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상담 선생님은 너무 친절했고 상담 전에 들었던 의구심도 어느정도 해결해주셨다. 근데 마지막에 이 센터에서 지원 가능한 것들에 대해 안내해주시면서 병원 진료도 대학병원에서 같이 받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 생각해본다고 했는데 adhd나 그 외의 것들도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게 더 전문적이라고 하셨다. 특히 관련 내용으로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병원 진료 영수증을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편할 거라고도 하셨다. 근데 나는 여러 병원을 다녀본 건 아니지만 현재 다니는 병원과 의사 선생님에 만족하고 대학병원 의사들은 여러 사정 상 속전속결이라 매정하기 때문에 더 상처가 된다는 말도 있어서 조금 걱정됐다. 진료 예약도 오래 걸린다고 들어서 더 그랬다. 근데 상담선생님께서 최대한 지원 가능한 방향으로 해줄테니 원한다고 체크한 뒤에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그만이라고 해서 일단 의료지원까지 체크하고 나왔다.




그냥 모든 게 싫고 갑자기 지금 죽는다면 별로 안 무서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차라리 자살시도라도 해서 병원에 갈까 그런 생각도 든다. 알바로 모아둔 돈으로 그냥 세 달만이라도 신세 지고 나올까...하는 생각. 아예 죽을 생각은 남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생각만 하고... 그냥 시도만 하면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철 없는 생각이 든다. 이건 명백한 회피겠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병원에서 내 증상을 얘기할 땐 일하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인데도 내가 과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가짜환자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투정부리기 위해 병원에 다니고 상담을 다니는 게 아닌가, 실제로는 아무 문제 없는 뇌와 마음인 게 아닌가. 항상 치료받는 나를 의심하게 된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지루해도 좋으니 입원해서 혼자 마음껏 울고 마음껏 청승 떨다가 돌아오고 싶다. 거기서는 그래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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