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파랑 조회수 69 2021-03-30 19:53:01 |
봄이 온 지도 모른 채 벚꽃 소식은 주변인들이 보내오는 사진으로만 접했다. 그래, 저기는 만개했구나. 비가 와도 예쁘구나. 핸드폰 액정 너머로만 보아서 큰 감흥이 없다가 어느 아침, 집 앞 꽃이 활짝 핀 작은 나무를 보았다. 그래, 벌써 꽃이 만개했다지. 지난 주말도, 다가올 주말도 비 소식에 이대로 저물어버릴 봄이 아까워 강변을 따라 꽃길을 따라 저녁 산책을 나섰다.
언젠가의 봄과 같은 시간에 같은 거리를 거닌다. 이 풍경이 보고 싶어서 온 곳에 별 감흥이 없었다. 그 때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한다. 반복되던 기대와 상실. 우울의 무게. 무너진 마음. 나를 돌보아줘야겠다.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해야겠다.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짐한다.
봄바람도 봄 노래도 봄꽃도 봄볕도 없는 나의 스물일곱 번째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