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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째 약을 먹는 초등 교사인 나, 내 인생 되돌아보기 (1)
Level 3   조회수 510
2023-03-21 20:57:43


#1. 현재: 껍질 속에서


20231월 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을 달래어-실제로는 닦달하여- 자리에 앉혀 글을 쓰는 중이다. 나는 지금 껍질 속에 들어간 상태다내 식대로의 표현인데 세상과 벽을 쌓고 단절된 상태라는 뜻이다. 10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에서 전환점을 겪고 휴직 중인 상태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비슷한 시절이 었다. 8년 전의 일이다.

   

  

#2. 과거 :8년 전 2월의 어느 오후. 삼성서울병원의 외래 진료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다 불안과 우울이 혼합된 적응장애를 앓게 되었고 최근 10개월 간 질병 휴직을 했다. 직장에 복직하려면 완치되었다는 진단서가 필요했기에 두 달 전 이 병원에서 심리 검사도 했다. 오늘은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ADHD 치료 받아보는 게 어떠세요?"


조심스럽지만 간곡한 권유였다. 너무 갑작스러워 놀라웠다. ADHD라니.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겼던 단어가 나를 지칭하는 말로 발화되었을 때 머리가 멍했다. 그래도 짚이는 부분들은 있었다.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결정을 내려야 했다.

 

 

#3. 대과거 1: 대학 시절~


고등학교 때 나의 열 손가락의 상처는 아물 날이 없었다. 중학교 때보다 학업 스트레스가 많아진 탓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끈질긴 고생 끝에 20살이 되던 해 어느 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을 하게 되었을 때 나보다 부모님께서 더 기뻐했다. 내가 초등 교사가 되는 건 부모님의 목표 중 하나였다. 나도 그 목표에 딱히 문제 의식은 없었.


나와 동기들은 초등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교수법과 교육 과정, 교육학 등을 학습했었다. 그 때 특수 교육에 관련된 내용도 한 학기 쯤 들었다. 그때 adhd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집중이 안 돼 수업 분위기를 심각하게 흐릴 수 있는 아이. 시끄럽고 활동적인 사고 뭉치. 선생님께 불손하고 친구들에게 공격적인 학생. 학급에 ADHD 아동이 있다면 수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ADHD 아동이 교실에 있는 상태를 가정하여 모의 수업을 하는 조별 과제도 했었다. 선생님 역할을 맡아 수업을 이끌 자신도 없었수업 자료를 만들 자신도 없이 만사가 귀찮았던 나는 제비뽑기를 하였고, 화를 내고 충동적이며 산만한 ADHD학생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해내 학급 담임 역할을 맡았던 기를 당황시키는데 성공했다. , 우리 반 애가 저러면 진짜 힘들겠다. 웃음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받으며 그 조별 과제는 끝났었다.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시절, 친구들과 겉돌고 집안은 엉망진창. 학습에 몰입한 고등학생 시절과 다르게 복합적인 과업을 성취해야 할 성인기 시작인 대학 시절이 되자 나는 삶을 균형 있게 운영하지 못했다. 나는 학교에 다녀오고 나면 기진맥진하여 멍한 생각에 빠졌고, 점차 우울함에 빠졌다. 나의 엉뚱함에 웃던 대학 동기들과도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겼다. 필요한 것을 적절히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긴 대학교 전부터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 하지 못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교우 관계와 학습을 병행하지 못했다. 하나의 목표가 있으면 그에 과몰입했고 주변을 보지 못했다. 과몰입하는 특징으로 학습이 주가 되는 고등학교 시절까진 괜찮았지만 대학 시절부터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대학 시절 당시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고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학업에나 동아리 등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졸업장만 겨우 따서 졸업했다. 내가 매우 의존했었던 남자친구는 점차 부담감을 느꼈으며, 내 무기력함에 차츰 넌더리를 내며 냉담함을 보였고, 결국 그는 이별 통보를 했다. 나는 노량진으로 가서 혼자 공부를 했다. 그때도 너무나 외로웠다. 외로움을 참고 공부하여 다음 해 겨우 신규 발령이 날 수 있었다. 그땐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어리석었다.

 

  


#대과거 2:신규 발령, 이듬해


20133월 나는 신규 임용이 났다. 정신없었던 3월이 가고, 4월부터 우리 반은 교실 붕괴의 전조 증상에 봉착했다. 그 땐 잘 몰랐지만 학급 아이들에게 적합하게 대응하여 생활 지도를 하고, 학급 운영을 스케줄대로 운영하는 것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학급 운영과 수업 뿐 아니라 업무도 당연히 엉망이었다. 당연히 직장 내 인간관계도 힘들었. 2013년 말 우리 반은 종합적인 교실 붕괴 현상을 일으켰다. 2014년 바뀐 학급에서도 어려움을 겪자 나는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함을 느꼈고 201410개월 간 적응 장애로 질병 휴직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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