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내탓이 아니라 상황이 별로인 걸 수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겪은 무언가는 그것의 전부가 아니다.
작년과 이어 올해도 4학년을 맡았다. 같은 4학년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작년에는 초임이라 기준이 없었다. 작년 아이들을 떠나보내면서 ‘난 초임이지만 이렇게 순진하고 예쁜 아이들을 언제 또 만나지.’ 생각하며 다가오는 내년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올해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며 작년 아이들이 쉽지 않았던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우리반은
1. 학기초부터 자기보다 공부를 못하거나 힘이 약한 아이들을 얕잡아보고 은근히 따돌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2. 서로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문화가 기본값으로 깔려있었다. 누군가 발표라도 잘못하면 큰 소리로 지적했다. 3.선생님이 너무 편해서 가족인양 모든 걸 다 해달라고 요구하는 몇몇 아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사소한 것도 다 해줘야 했다. 손이 많이 갔다. 아이들이라서 챙겨줘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족에게 요구할 만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정도였다. 4. 퇴근 후 전화와 문자를 하시는 학부모님이 많았다. 5.다른 사람의 입장에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폭 예방 교육을 하며 왕따 당하는 아이의 기분을 물어보면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괜찮을 것 같은데요?? 왜요?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6. 교사의 실수를 지적하는걸 즐기고 교사의 말에 끝없이 트집을 잡는 몇몇 아이들로 인해 수업 진행이 제대로 안됐다 다른 반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업을 하고는 기겁했었다. 7. 그런데 생일이라고 생일파티 해주고, 만난지 100일이라고 100일 파티 해주고 날 좋아할 때는 선생님 사랑해요 라며 많은 표현을 했다. 그래서 헷갈렸던 것 같다. 이렇게 별 이유없이 사랑받아본 적이 있었나 싶었던 것 같다. 9. 진짜 궁금한건지 분위기를 흐리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는 애매모호한 질문을 너무 많이해서 지도하기 힘들었다. 10.나를 감정쓰레기통 취급하는 학부모님이 있었다. 내앞에서 자주 화내고 울었다.
당연히 좋은 아이들도 많았고, 힘들게 했던 아이들도 좋은 점이 많은 예쁜 아이들이었으나 같은 4학년 임에도 올해 아이들이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작년에 내가 힘든 반을 맡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난 모든 걸 내탓으로 돌렸었다. 내가 조금 더 잘 지도했다면 이 아이는 다른 애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지 않았을 까 내가 인성지도를 잘못했구나. 혹은 얘를 보호하지 못했구나. 내가 못해서 학부모님이 나한테 화내는구나. 내가 adhd라서 맨날 실수하고 아이들에게 트집잡히는구나.
그런데 아니었다. 그 아이들 성격이었고 그런 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던 반을 맡았던 것이었다.
작년에 나는 이직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 주변 사람들도 젊은 나이에 하루 빨리 과거에 받은 좋은 내신성적도 있는데 떠나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교실이 180도 다르다. 아이들의 성품자체가 반듯하다.
업무량과 업무 부담이 반 이상 줄었다. 내일은 얘를 어떻게 지도하지 걱정하며 잠을 못이루던 힘든 밤도 더 이상은 없다.
이직을 고민했던 나는 일년으로, 한 단면 만으로 평생의 교직 생활과 나의 능력을 가늠했던 것이다. 편협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금전적인 이유, 추락하는 교권등으로 이직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앞으로 내가 힘든일을 겪을 때 과연 이것이 내가 직면한 세상의 전부인지 꼭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당연히 아니라는 것. 시간이 흐르면, 일이 익숙해지며,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것. 한 순간의 감정만으로 섣불리 하고 싶은 일을 포기 하지 말것. 나의 능력을 단정 짓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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