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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글을 올린 이후로 어느덧 두달이란 시간이 또 후딱 지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적어보려고 한다.
1. 12월 중반부터 야간근무 고정멤버가 되었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 일한지도 어느덧 6개월 째.
11월 중반부터 야간근무를 시작하면서 상사분들과 얘기를 했을 때 우선 한달만 해 보고 그 후에 결정하기로 했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콜센터인데다 야간에는 강성고객이 많기로 유명해서 사실 좀 겁을 먹고 올라왔다.
'매일 야간에 강성고객을 만나서 멘탈이 털리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보고 나니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달이라는 시간동안 크게 강성고객을 만난 적도 거의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주간에 일할 때보다 야간에 일할 때 고객으로부터 받는 서비스 점수도 평균 10점 이상 좋아졌다.
그래서 넌지시 상사들한테 난 야간이 오히려 잘 맞는 것 같은데, 야간에 고정으로 일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상사들도 지금까지의 업무처리 능력을 좋게 봐주셔서인지 다행히 동의를 해 주셨다.
그래서 지금은 야간 고정멤버로 일하고 있다.
2. 12월 말부터는 야간인원 통솔권한이 주어졌다.
사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야간근무를 하던 중간관리자 한 명이 몇 개월째 야간근무를 하니 힘들다면서 주간업무로 전환을 했다.
그리고 나서 상부에서 내려온 지침은 내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권한의 일부를 넘겨받고 그 사람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라는 것.
연말에 관리자들 방에 초대가 되었고, 업무영역이 미약하지만 조금은 넓어졌다.
야간에 긴급건이 터지면 그 일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상부에 보고를 하는 것도 내 역할이 됐다.
야간업무의 핵심이 되는 일 몇 개를 내가 가져오게 되다 보니 업무 프로세스를 정확히 못하면 회사에 피해를 끼치게 될 것 같아서,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는 기간동안은 업무 프로세스를 좀 더 심도있게 물어보고 많이 공부하게 되었다.
권한이라는 게 생기면 그만한 책임도 뒤따라온다는 걸 알고 있기에, 예전보다 조금은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나때문에 내가 속한 조직에 피해가 갈까봐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아직도 배울 것은 엄청나게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ADHD 치료를 빨리 시작했어야 했다. 그럼 분명히 내 인생은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랐을 거다.
그동안 버린 시간이 얼마야 도대체 ㅠㅠ 뭐,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뭐하겠냐만 내 솔직한 심정은 그렇다.)
3. 1월에 보려고 했던 중국어 시험 등록은 3월로 미뤄졌다.
아무래도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일들에 대한 관심은 소원해졌다.
사실 가장 많이 아쉬움이 남는 게 이거다.
HSK 6급 시험과정은 두달 과정이었는데 내가 수업을 못 나가는 사이에,
함께 공부하던 아이는 시험 준비를 다 끝내고 이제 내일모레면 HSK 6급 시험을 보러 간다.
물론 나도 두달이라는 시간동안 어느 정도의 실력은 향상되었지만 시험을 보기에는 뭔가 어설프다.
시간을 조금만 더 효율적으로 썼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움이 남는 2018년으로 마무리하게 된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수업을 다시 등록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내 언어적 재능을 알아봐주시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가르쳐주고 격려해주시는 중국어 선생님을 봐서라도
꼭 3월 시험은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HSK 6급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게 된다면,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크루즈 승무원의 꿈은 50퍼센트 정도 가까워지는 거라서
다른 건 몰라도 올해 이것만큼은 꼭 이뤄내고 싶다.
4. 현실적으로 계획짜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예전에는(정확히 말하면 ADHD 약을 먹기 전) 내 능력의 한계치가 어디인지 모르고
무작정 높은 목표만을 추구하다가 지쳐서 나가 떨어지기 부지기수였다.
그것도 매번 작심삼일도 모자라 작심 반나절을 반복하다가 말이다.
지금은 매 시간에 일정하게 뭔가 하는 일이 있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관리를 하기가 이전보다는 수월해진 것 같다.
틈틈이 남는 시간에는 그동안 하려고 마음만 먹었던 일들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 결과는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가시화되면 하나씩 공개하려고 한다.
나도 올해는 내가 세운 핵심 목표를 토대로 이뤄내는 성과가 몇개나 될지 정말 궁금하다.
5. 올해의 핵심목표를 세웠다.
바로 .
내가 이 습관을 들이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중에 내가 정말로 크루즈에서 일하게 되면 혹시라도 언젠가는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의사선생님이 그러셨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 중 하나는 그 행동을 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한 세트라고 생각하고
과정을 최대한 부담가지 않게 세분화 한 다음 그 세트를 완성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밥을 해서 먹었는데 설거지를 하는 게 너무 귀찮다면,
이런 과정이 아니라 이걸 좀 더 세분화 해보는 거다.
이런 식으로.
ADHD가 없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금 내가 이렇게 적은 글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뭘 이런 걸 적나 싶기도 할 거고. 하지만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ADHD의 특징인 걸 뭐 어떡하리.
내가 해야 하는 행동을 계속 세분화하고 그걸 세트화 하려고 하다 보면
지금 내가 ADHD로서 가지고 있는 약점을 상당부분은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지난 해가 나에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죽을 만큼 힘든 해였다면,
지난 해는 그래도 그에 비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는 해였다.
우선, 1년여의 장기 강제실직상태(?)를 마치고 나름 괜찮은 직장을 구했고,
거기서 잘 적응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
인생을 바꿀 만큼의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심적으로는 큰 일들도 허허 웃어넘길 수 있는 배짱과 여유도 생겼고
앞으로 지금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와 어떤 일을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이런 부분은 올해 내가 얻은 것들 중 긍정적인 성과였지만
내 마음에 쏙 들만큼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전체 만족도를 100이라고 치면, 내가 느끼는 만족도는 50 정도.
올 한 해는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평가에 둔감해지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1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막연히 내가 그냥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한 해는 뭔가 아주 잘 풀릴 것 같다.
지금의 좋은 예감이 올해 말에는 현실이 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