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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 약 잘못 먹었냐?"
Level 3   조회수 43
2019-07-10 09:51:22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뒤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야기는, 천주교나 개신교 신자가 아니라도 많이들 알고 있는 굉장히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절대 선악과만은 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뜻을, “선악과를 먹으면 지혜를 얻어 하느님처럼 될 수 있어”라고 말한 뱀의 꾐에 넘어간 이브가 먼저 거역하였고, 곧이어 남편 아담에게도 선악과를 권해 둘이 사이좋게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 우리가 이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담과 이브는 ADHD(이하 @)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였다면, 아무 생각 없이 깜빡하고 선악과를 따먹었을 것이니까. 어쩌면 하느님이 한 번 봐주셨을지도 모른다. “아 ㅁㅊ 맞다 님들 ADHD지;; 실수 ㅇㅈ 한 번 봐드림 담부터 절대 선악과 근처에 얼씬도 ㄴㄴ ㅇㅋ?”라고 하며.

@가 할 수 있는 실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간혹 친구들에게 실수담을 얘기하곤 하는데, 대다수는 내가 그 실수들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웃기려고 지어낸' 것이라고 여긴다. 근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난 오히려 사실을 축소하여 얘기하는 편이다. 모두 다 얘기하기엔 너무 쪽팔려서. 샤워하다가 샴푸질을 까먹은 이야기, 샤워하다가 샴푸질을 했단 사실을 까먹어서 샴푸질을 두 번 이상 한 이야기, 샴푸 다 떨어져서 마트 가기 전에 씻고 가려고 샤워하다가 샴푸가 없다는 걸 상기한 이야기… 이 모든 건 나의 경험담인데 대다수는 안 믿는다. 하긴, 나라도 내가 아닌 사람이 이런 걸 얘기하면 안 믿을 것 같긴 하다.

어제는 약을 잘못 먹었다. 자기 전 아빌리파이와 트리티코를 먹었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전에 받았던 탄산리튬과 클로나제팜을 먹었다. 옛날에는 아침에 먹어야 할 콘서타를 자기 전에 먹어서 생활리듬을 스스로 망친 적도 간혹 있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수면장애로 인해 불규칙적으로 졸피뎀을 먹었는데, 졸피뎀 먹은 사실을 깜빡하고 졸피뎀을 또 먹었다가 정말 큰일 날 뻔하기도 했다. 샴푸질 안 한 건 약간의 찜찜함으로 끝나기에 (조금 더럽긴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데, 약을 잘못 먹으면 최소 하루, 길게는 한 주를 날려먹게 되기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이러한 의도치 않은 약물 남용을 해버린다. 가끔 이럴 때 친구들이 맛탱이 가버린 내 상태를 보곤 "너 무슨 약 잘못 먹었냐?"라고 묻는데, 이게 진짜라서 할 말이 없어진다.

약을 잘못 먹어서인지 잠을 네 시간밖에 못 잤다. 아마 오늘은 종일 좀비 모드이겠지.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제목이 오늘의 내 컨디션을 정확히 수식하는 노래 하나 첨부하고 글을 마무리짓겠다.

 

Ps. 가사에 욕 섞인 한국 힙합 곡이니 취향 아닌 사람들은 그냥 패스하면 된다.

https://youtu.be/kwcXlFWgEeM

뉴챔프 - 추리닝 좀비 모드(Feat. 죄와 벌, 슬리피, 루다, 우디고차일드,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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