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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어간다?

내가 adhd라는 걸 인지하고 약을 먹기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3년 전 쯤까지 나는 화도 잘 낼 줄 모르고, 좋고 싫고의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게 약 덕분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

요즘은 좋고 싫고가 확실해졌다.

분노도 느낄 줄 알고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할 수 있다.

(사실 상대적인 평가다. 남들 눈엔 아직도 투미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그때그때 감정이 잘 변하고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걸 adhd 특징으로 여기는데

나는 좀 다른 성향을 많이 갖고 있던 것 같다. 감정이… 별로 없었다.

 

 

뿐만 아니다. 약 먹은 뒤로 ‘물건 사기’도 한다.

충동구매? 과소비? 저지르고 생각하기?

나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너무 신중을 기해서 탈이었다;;

내가 옛날사람(?)이라서 이런 거 같진 않다. 내 또래도 쓸 건 쓰면서 살았고 명품족도 많다.

돈을 너무 안쓰고 살아서 남편이 답답해하기도 했는데

이건 그냥 우리집의 가족력 같다. 온 식구가 비슷.. 별로 갖고싶은 게 없…

 

 

암튼 이제는 제법 충동구매도 한다.

남편이 제일 놀랐던 게 작년 이맘때쯤 내가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한 것~

동영상 작업을 해야하기에 과감히 지른 건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만원 쓰는데도 심사숙고하던 내가 거의 100만원짜리를 갑자기 사다니.

(중고나라에서 몇날 며칠을 검색해서 가장 저렴한 걸로 샀다는 게 함정)

평소 자기만 물건을 사는 것 같아서 자책감 비스무리한 걸 갖고있던 남편이 내가 아이패드프로를 사자 얼마나 기뻐하던지.

 

 

이런 내가 에이앱을 만든 것도 사실 기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내 지인들이 알면 놀라 까무라칠 일ㅎㅎㅎ

물론 차분님과 함께 만든 것이고, 차분님의 추진력 덕에 여기까지 온 거지만 말이다. 나 혼자면 당연히 못했다.

요즘 에이앱 개편을 하면서 돈 들어갈 일이 생기고 있는데

이것도 과감히 지르고 있다ㅎㅎ

 

 

다음카페에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그전엔 소심이 그 자체였는데 이젠 큰소리도 낼 수 있고 뭔가 과감해졌다고 하는 분들.

무채색 옷만 있었는데 컬러풀한 옷을 구입하고, 충동구매로 29000원짜리 원피스를 샀다고ㅎ

아직도 adhd하면 과잉행동 쩌는 것만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저런 케이스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adhd약은, 너무 올라가 있는 사람은 조금 내려주고, 너무 내려가있는 사람은 끌어올려주고 하는

한마디로 사람 같은 사람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자연스런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것.

(어쩌면 약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이 들어가면서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되어간다?”의 11개의 댓글

  1. ㅋㅋㅋ 그래도 좋은 소비습관이네요.
    약을 복용한 효과로 좀 더 소비가 늘었다고는 하는데 필요한 곳에 소비를 한거니 좋은 현상입니다.

    전 먹는거에는 막 쓰지만, 그 외의 소비는 상당히 심사숙고 하는 편이에요.

    몇달 전에 중고라나 카페에서 착용을 얼마 하지 않은 백팩을 좋은 가격에 샀는데 백화점에서 실사와 스펙을 얼추 확인한 후 여러 중고장터와 쇼핑몰에 검색을 해보고 비교해보고 한거 보면 가방 사는 데에만 1주일 넘게 걸린거 같네요 ㅋㅋ

    저희 집안도 소비에 있어서는 가족력이 있는거 같아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렇진 않은데 저와 형은 상당히 소비습관이 닮아서요.

    저도 이런저런 케이스에 들어가는걸로 ㅋㅋ

  2. 조금씩 변하는 자신이 마음에 든다면 틀림없이 좋은변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패드 프로10.5는 정말 잘 사신겁니다…후후

  3. 저는 ‘사야하는데…’ 만 백날 생각하다가 결국 사지 못하는 케이스…! 먹을거는 정말 충동소비하지만 그 외 다른 모든것은 사야하는데…만 생각하다가 결국 사지 못합니다… 그게 꼭 필요한것이라도 말이죠. 마지막 문단 정말 맞는말 같아요ㅎㅎ 저는 끌어올려진 케이스 입니다ㅎ 변해가고 있는 아침님 정말 대단하셔요!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는것 같아요

  4. 전 반대로 물건을 미친듯이 사들이는 가족력?이 있습니다.
    물욕 없으신분들 부럽고 대단…

  5. 아침님 변화하시는모습 너무멋져요ㅎㅎㅎㅎ 고민없이 사시는 그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0^

  6. 물욕이 없어 와이프에 강제 소비만 하는 저와는 여러모로 다르신듯요~ 뭔가 달라져야 치료받는 보람이 있겠죠. 하지만 통장에 돈이 남는게 더 기쁜 저입니다.

    1. 앗 오랜만이네요 하이야님! 자주 놀러오세요 이왕이면 입주도!ㅎㅎ

  7. 안녕하세요! 앱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adhd약 복용 여부를 고민중인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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