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깐 저는 오랫동안 심한 무기력에 시달려왔습니다.
정말 너무 오래되고 까마득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마 2017년 여름쯤일거에요
그 때 처음으로 병원을 갔습니다.
제가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간 이유는
제 무기력을 제가 견딜 수 없어서였습니다.
(물론 무기력 말고도 어딘가 이상한게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콘서타를 먹으면서 주의력이나 산만함 특히 과잉행동이 많이 줄었습니다.
근데 그 과잉행동이 줄어든 그 공백이 저한텐 너무 낯설었습니다.
콘서타를 먹으면서 효율이 좋아졌고
시간도 조금씩 남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렇게 무기력은 저를 점차 침식시켜갔습니다.
도망치듯 떠난 유럽여행에서도 사실
밖에 안나가거나 그냥 조금 돌아다니거나 한 시간이 더 많았을겁니다.
새로운걸 해보고 싶어 나갔지만
그때의 저는 너무도 무기력했습니다.
조금 괜찮아지다가도
무기력이 자꾸 저를 잠식시켜버렸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정신적, 체력적으로 너무 쉽게 지쳐버려요.
근데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로 약 6개월간은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여행으로 돈은 다 써버렸는데
알바를 할 정신적, 체력적 여유가 없었거든요.
약 6개월 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저는 푸록틴이라는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그걸 1년 조금 안 되게 먹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주일 정도 안 먹으면 급 우울해지는 걸로 보아 효과가 있긴 한가봅니다.
먹어도 먹은 건가 싶어서 자꾸 까먹는데
그게 누적되면 우울해져요
콘서타로 과잉행동을 잡았고
ssri로 제 우울함은 잡았는데
저의 무기력은 여전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빠져 나와지지가 않더라구요
움직이려고 해도 다시 며칠 뒤면 침대와 한몸이고
뭐 그런 삶이지요.
약 한달전 부프로피온이라는 성분의 약이 추가 되었는데
무기력에서 한결 벗어난거 같습니다.
적어도 사람이면 안 귀찮을 일들이
안 귀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약을 먹은 뒤로는 밥때를 거의 안 놓치고 있네요.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는데에는 콘서타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잘 맞는 약을 찾아서 기쁘긴 한데
약을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뭐… 일단 살고 봐야죠.
와 좋은 상태에 있으시군요.
…참 좋은 약도 약이라 간이 걱정이긴 합니다.
의사선생님은 평생 먹는 약은 아니라는데 ㅜㅜ 안먹으면 인간이하가 되는뎅…
무기력에서 한결 벗어나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무기력이란놈은 여러가지 훼방을 놓지요
약을 먹어야할때는 약을 먹기도 싫고
병원을 가야하는데 병원 가기도 싫고
친구는 만나고 싶은데 친구만나기가 싫고..
모든게 하기싫고 누워있기 싫은데 누워있게되고
이런 내가 미워지고.. ㅋㅋㅋㅋ
실천력이 부족한 우리는 무기력을 잡아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