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 12일 진료
가을 우울증은 지나갔소. 추워지면서 정말 괜찮아졌소.
그러나 마음 속에 박사과정을 언제든지 툭 그만둘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상태가 되었었소. 의사선생님께서 논문의 질보다도 이 한 단계를 마친다는 기분으로 이 단계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소.
약은 그대로 유지했소.
아침-콘서타 27mg, 늦은 오후에 필요시-페니드 5mg, 저녁-폭세틴 20mg
#2. 11월 26일 진료
논문이 조금씩 조금씩 쓰인 만큼 기분은 나아졌으나 생각한 만큼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소. 의사공이 성인 ADHD의 미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시며 콘서타 27mg을 36mg으로 받았소.
#3. 콘서타 36mg의 효과
28일 면담이었는데 27일-28일 증량의 효과를 보아 미흡하지만 어쨌든 한 단계를 일단락 지어 제출했소. 물론 이 때까지 하기로 한 것의 50%로 정도지만 일단 다음 단계를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소.
다음 기한은 12월 12일이오. 보통 증량의 효과는 2-3주 정도 특히 잘 나타나는데 이런 기분으로 다음 단계를 꼭 완수하고 싶소.
단, 29일은 36mg 덕분에 정신도 맑고 차분한데, 면담 이후날이라 그런지 작업이 도저히 되지 않았소. 차분하게 딴짓을 하게 되었소.
#4. 부작용?
늘 증량할 때 그럴 듯 첫날의 메스꺼움, 이틀정도 잠 자는데 30분정도 드는 것 외에 하나 발견한 부작용(?)이 있소. 바로 피로함이오.
너무 쌩쌩하게 잘 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뇌에서는 어쨌든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썼는지 나도 모르게 혓바늘이 나더이다.
물론 잘 자고, 약에 적응하면 다시 없지만 말이오.
그러고보니 콘서타 18mg 처음 먹었을 때는 눈이 파르르 떨려서 종합 비타민을 한동안 평소 먹던 것보다 더 먹었던 것 같구려.
예전에는 나의 산만함에 쓸데없이 소모될 에너지를 콘서타가 잡아줘서 힘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그걸 잡는데 몸이 엄청 힘을 쓴다고 생각하오. 약기운이 사라지는 그 낙차가 점점 커지면서 말이오.
그래도 약물이 전반적으로 잘 맞고
잡으려고 노력해야지라는 생각도 못했던 에너지를 약물이 잡아주고 있으니 만족하오.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약을 먹는 공들은 특히 잘 먹어야한다고 생각하오.
#5. 다이어리
조금씩 바뀌고 있으나 여러번 말했듯이 소인은 다음과 같이 메모하오.
네이버 캘린더: 해야할 일 임시 기록/에버노트: 하루단위로 내가 한 것 메모
노션: 논문관련 작업 시간 기록
으로 쓰고 체계적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는 못하지만 나중에 검색가능하고 수정하도록 하오.
이와 별도로 최근에는 글쓸 때 낙서장같은 것을 장만하여 손으로 끄적이오.
그래서 딱히 다이어리가 필요없는데 이 시즌에 다이어리를 매년 사오.
그렇게 매년 사는데도 다이어리를 사서 거의 못 썼는데,
How to ADHD bullet journal을 보고 한 번 다시 써보기로 하였소.
가이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빈노트에 적었소
1. 빈노트에 쪽번호 매기기
2. 목차
(1) 월별일정평가
(2) 습관 O, X: 약 먹는 것, 논문
(3) Daily 그냥 적고 싶은 것: 할일이든, 한 일이든, 기억하고 싶은 거든, 1-2줄
(4) 논문 Progress라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 생기면 적기
(5) 기타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메모
사실 체계적으로 잘 되지 않고
하루 끝날 때 적기도 하고, 한 주에 몰아서 정리하기도 하오.
그러나 온라인 툴이 채워주지 못하고 낙서장으로만은 채워지지 않는
기록의 맛이 있는 것 같소.
혹시 완벽하게 잘 할 자신이 없어 시작하지 않는 공들께 자신감을 드리고자
내 다이어리 사진을 첨부하오(일간은 너무 개인적인 거라 모자이크처리했소)
큰 구분은 했지만 모든 페이지의 틀을 그려놓은 것은 아니라 각 구분 내 형식은 조금씩 조금씩 틀이 달라질 예정이오.
어쨌든 이번 11월 중순부터 내년까지 좀 끝까지 쓰고 싶소.




#6. 원래는 집밖에서 나와서 논문 한 줄이라도 쓰는데
12월 1일이 주는 묘한 느낌이 있어
오늘은 하다가만 온라인툴 메모 정리, 계획 정리, 다이어리 정리를 몰아서 하고
에이앱 글을 남기오. 아마 이러고 오늘 저녁은 곧 쉴 것 같소.
중간 마감이 코앞인 상황에서 노는 것 같아 쪼금쪼금 가책이 있으나
뭔가 정리된 기분으로 다시 할 힘이 생겼다고 스스로 믿고 싶소.
#7. 12월이오.
올 한 해 외적 요건이 다 갖추어져
마무리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스스로 실망도 컸던 한 해요.
그러나 한편, 나의 ADHD를 알게 된, 에이앱을 알게 된 소중한 한 해이기도 하오.
그래서 이 소중한 한 해의 마무리인 12월. 잘 보내야겠소. 늘 고맙소
#1. 가을 우울증이라니! 원인이 가을인 것 같지는 않지만 저도 그 이름으로 퉁치고 싶네요. 정말 깔끔한 표현이라서요! 저도 추워지면서 괜찮아졌어요. 신기하게도 마음의 흐름이 계절을 탔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시계 두 개가 같이 갔던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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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흐름 도중에도 마음이 최저치를 찍는 거 정말 괜찮은 듯 안 괜찮은 기분 ㅋㅋㅋㅋ
#3. 어제의 저에요! 차분히 딴짓하다 저녁에만 잠깐 공부하러(3시간 거리를) 훌렁훌렁 나와서 한시간 딱 문제 풀고 갔어요 ㅋㅋㅋ 다행히 오늘은 잘 되네요.
#4. 저도 결국 약이 뇌를 쥐어짜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울한 가을에 그 부작용을 받았더니 부정적인 감정의 구정물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나와서 약 자체를 끊어버렸네요. 슬슬 다시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멘탈이 더럽지 않거든요 지금은) 확실히 잘 먹고 잘 잔 날은 부작용이 덜했던 기억이 있어요.
#6. 쉴 때 불편하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그래도 맘편히 쉬는게 쉽진 않지만요…ㅋㅋ
#7. 저도 올해 1월쯤이 스타트였네요! 세상에 아직 1년도 안 됐어!
뭔가 굉장히… 정제된 알약같은 글이에요 ㅋㅋㅋ 두서없는 제 정신까지 정리되는듯한… 한해의 마무리 잘 보내시길!
꼼꼼한 답글 감사해요ㅎㅎ. 항상 울무나겨님 응원합니다. 어렵지만, 우리 모두 잘 먹고 잘 지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