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활동적인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무기력증과 귀차니즘이 도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은 집안을 확 뒤엎고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는데,
그게 오늘인 것 같다.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인 것 같아서
오늘은 간만에 몸을 일으켜 집안 청소를 하고 있다.
(청소를 하다 말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ㅋㅋㅋ)
버릴 건 버리고,
필요는 하지만 당장 안 쓰는 것들은 깊숙한 곳에 집어 넣어놓고,
자주 쓰는 건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하고.
예전에는 정리정돈을 하더라도 뭘 어디다 놔야 하는지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서 패닉이 오곤 했다.
방안은 치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으니까.
이 물건을 저기에 갖다 놓고, 자리만 옮겨놓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래도 이제는 제법 이 물건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조금이나마 생기는 것 같다.
이게 처음부터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그런 걸 못하는 게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기에
이제부터는 이걸 좀 극복해보려고 한다.
인지행동치료에 들어가면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모든 물건에는 자기가 있어야 하는 위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위치로 돌려놔 줘야 한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게 첫번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그걸 계속 몸에 익혀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래도 환자 분은 부족한 부분을 고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고,
내원할 때마다 개선되는 모습이 보여서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해내실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에는 자기가 있어야 하는 위치가 있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난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그걸 모르고 그냥 지나쳐 온 30여년의 세월이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지금도 나는 어떤 일이든 습관화하는 게 쉽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은 2주 정도면 습관이 잡힌다는데,
어떤 일이든 하루 하고 잊어버리는 나에게
습관이라는 게 붙으려면 최소한 두달 이상은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게 힘드니까 문제지.
일기도 하루 이틀 쓰다가 잊어버리고 안 쓰고,
가계부도 써야지 해놓고는 하루 쓰고는 안 썼다.
블로그에 글도 자주 써야겠다 싶었는데, 한 달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고.
심지어는 다이어리에도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는데
적어놓고선 안 본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에 다이어리에 있는 빈칸을 또 보면서
‘아 맞다. 또 안 적었네. 오늘부터 다시 적어야지.’의 무한 반복.
그나마 다행인 건,
고정적으로 뭔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예전보다는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
그리고 조금씩은 더 그 내용을 확인하려고 한다는 것.
이게 계속 반복이 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은 그래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다시 다이어리에 할 일을 쭉 적어보고
남아있는 할 일들을 마저 해야겠다.
좋은 습관이라는 걸 들이기가 정말 쉽지만은 않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몸에 익숙한 패턴이 되어버리면
그 이후부터는 생각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되니까.
꼭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이제 썰 그만 풀고 대청소하러 가야겠다.
우리들에겐 ‘꾸준히’라는게 제일 어려운 일 같아요. 공감합니다.. ㅜㅜ
그래도 4차원님은 지난일에 자책하지 않고 극복하시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보기좋네요 : )
응원합니다!
그쵸? 우리한테 꾸준히, 한결같이 뭔가를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뭔가를 했던 기억들이 초기화되는 느낌이라 더 그래요. ㅠㅠ
그래도 어느 정도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면 약이 없이도 할 수 있으니 습관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네요.
응원 감사해요~ ^_^
가계부 작심일일 일기장 작심일일 청소 작심일일..^^.. 저도 쉽게 되는게 하나 없어요! 넘나 공감되는것..
맨날 이런 하루의 반복이라 극복하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아요. 오히려 힘들죠.
그래서 이제부터는 매일매일 뭔가를 꾸준히 하는걸 몸에 배는 습관으로 만들어 보려고요.
너굴맨 님, 우리 함께 힘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