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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기를 치우며
Level 3   조회수 84
2023-09-07 19:24:46

ad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 방에는 미결과제들이 많다.

아마 ad보다는 정리를 제대로 못한 것을 수정할 기회가 적었던 실책 때문으로 짐작되는데 (물론 약간의 영향은 있더라도)

미결과제라 함은 과거에 정리해 두었어야 했던 서류뭉치들이라든지 철이 지난 책이라든지 홍보물, 추억이 있는 물건이지만 이제는 의미없는 것들의 뭉치로서

지금 보았을 때에는 정신없는 한 뭉치일 뿐인 것을 말한다.

이것들을 틈틈이 매일 정리를 해 두었다면 이것이 이렇게까지 짐덩이가 되지 않았을텐데 하루하루 그날그날 이것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버려야 할지 어디 둬야 할지 모르는 채 

작은 틈이나 빈곳에 천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적되어 온 것이 정신을 차리니 방 면적이 반 정도 좁아져 있었다.

그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지내다가도 한순간에 그 시간만큼의 짐이 되어 나를 짓눌러올 때가 있다.

그 짐들을 건드릴수조차 없고 그것의 무게를, 부피와 그 안의 시간과 그때 처리하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합쳐져 거대한 괴물처럼 나를 짓누른다.

그럴 때에는 그저 잠을 자거나 조금 치우려 시도하다가 자기혐오에 빠져 외면하거나 겉의 몇 가지를 치우다가 포기하는 것 그리고

더 급한 다음의 일에 치여서 이것을 보고 있다가는 다음 일정을 못하게 될 때가 오면 다시 그 위에 새 일거리가 덮여 잊혀진다.

이런 일들이 무수히 반복된 결과가 이 짐들이고 내 삶이 그렇다는 생각에 요즘은 굉장히 울적하고, 개인사로도 좋지 않았다.

오늘은 어쩌다 이것을 천천히 해체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다이어리를 네 개쯤 발견하고 일기장을 세 개 정도 찾았다.

잠깐 읽어보니 2014년의 것도 있고 더 오래된 흔적은 2012년도 있었다. 읽어보니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억나지 않는 인물도 많았고 사건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시는 나름 의미가 있으니 일기에 써둔것이었겠지 그것을 생각하니 매우 부질없어짐과 동시에 당시 공부하던 자료들을 보니 울적해졌다

당시 하던 공부를 마저 했더라면 지금 십 년 후엔 어땠을까?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며 살지는 않겠지만 

그때는 그때의 용기가 부족했고 지금은 그때를 알고있다

늘 과거에 묻혀있거나 순간에 잊혀서 지금을 잘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생경한 느낌에 습관처럼 울적해지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이것은 울적한 것이 아니라 기회라고

지금 하던 것을 그래서 좀더 치웠다

과거에 내가 쌓아둔 숙제와 미결과제들의 합이 물론 나일 수도 있다

여전히 그것들은 내 방을 메우듯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도 그것을 생각하다가 지나간 일기가 되어버렸다

아마 2030년에도 지금 일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수도 있다

이런 인식의 글이나 생각은 인터넷이나 자기개발서에 무수히도 많은데,

그것을 진실로 체험하는 것은 또 다른것 같다.

자신이 깨닫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

그리고 한번 깨닫는다고 지금 당장 내가 새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는것

그러나 조금 달라진 사람이 될 수는 있다는 그 기록을 여기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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