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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운동
Level 3   조회수 69
2023-01-05 17:16:10

나는 직장에서 꽤 많이 걷는다. 하루 보통 평균 6~7천 보. 많이 걸은 날은 8천 보를 찍은 적도 있다. 그래서 따로 시간 내서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어제 오랜만에 그러니까 거의 두 달 만에 갔던 병원에서 이런 상담을 했다.

한 달 동안 약을 먹지 않았는데 약 먹은 거랑 안 먹은 거랑 별 차이를 못 느꼈어요. 잠만 잘 자고 일어나면 그 다음 날은 약 먹은 것처럼 컨디션이 좋더라구요. 그런데 약을 먹어도 잠을 설치면 약효가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는 것 같고. . . 그리고 따로 운동도 해야 되는데 이미 직장에서 많이 걸어서 그런지 딱히 시간 내서 운동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 . 그런데 약을 안먹었을 때는 저도 모르게 기분이 업 되어서 남한테 상처입어도 금방 잊어버리는데 약 먹을 땐 계속 곱씹다가 나중엔 결국 폭발해버리더라구요. 그런데 약을 안먹으니까 확실히 자잘한 실수가 늘어서 먹긴 먹어야될것같더라구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기억나는대로 적어보겠다.

우선, 받은 스트레스를 담아 두지 말고 바로바로 푸셔야 합니다. 그것도 정적인 방법이 아닌 동적인 방법으로. 운동하기 따로 시간 내는 게 힘들다면 점심 시간에 5분 10분이라도 하시는게 좋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누워서 게임하고 유튜브보는 건 순간적인 스트레스는 풀리지만. . . 그리고 신체적인 운동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운동도 하셔야합니다. 신체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을 풀어주는 마음의 운동!!

그리하여 오늘 점심 먹고 동네 근처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얼마만에 하는 점심 산책인지. . . 그 전에는 밥 먹고 계속 직장 내에 머무르면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어제 일기를 쓰거나 혹은 지키지도 못할 퇴근 후 계획을 세워놓는다든가 하는 그런 정적인 행동만 했었는데 말이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사는 지역은 완전 봄 날씨다. 물론, 낮 한정이지만. 밤에는 그래도 꽤 쌀쌀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직장 근처 동네를 걸어보니 새로 생긴

듯한, 처음 보는 가게가 많이 보였다. 그 중에 특히 눈에 들어온 가게는 '클래식 문구사'

캬 이름 부터가 날 설레게 한다. 일단 밖에서 안은 잘 보이지 않아서 사진만 찍어두고 그 가게에 대한 정보는 이따 인스타로 검색해봐야지ㅋㅋㅋ 독립 서점 옆에 있었는데 원래 내가 알기로 그 장소는 필터 카메라 팔던 곳이었는데?

아무튼 햇빛도 좋고 날도 춥지 않아서 정말 기분 좋은 산책을 했다. 어제는 쉬는 날이라 미소 서비스 신청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돼지 우리 같았던 집이 깨끗해지다니 신기하다. 나 혼자 했으면 아마 하루도 부족했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지쳐서 치킨이나 시켜먹고 또 어질러놨겠지.

그리고 어제 다이소에 가서 종이컵도 한 묶음 샀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영상을 본 후로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것은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아닌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는 거였다. 태생이 게으른 사람이 억지로 하려고 하면 할수록 지구한테는 좋은 일일지언정 나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내 삶을 파먹어버린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지구 환경도 중요하지만 우선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다이어트 하려고 프로틴 쉐이크를 맛 별로 다양하게 구비해놨지만 어쩌다 한 번 먹고는 두 번 다시는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쉐이크 먹어난 컵은 물에 담궈놓지 않으면 아주 말라 붙어서 나중에 먹으려고 할 땐 컵부터 씻어야 먹을 수 있는 과정이 귀찮아서 결국은 다이어트고 뭐고 배민 어플부터 켜서 배달 음식 시켜먹고 또 먹고 남은 플라스틱 그릇도 깨끗하게 씻고 빨간색 양념을 없애야 재활용이 된다는 영상을 보고나서 베이킹 소다까지 써가며 씻어서 버렸었다. 그러나 이 때는 동생이랑 같이 살던 때라서 억지로라도 했었는데 이제는 혼자 사니 모든 귀찮은 일은 오늘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에게 다 맡겨버리니 그야말로 내 집은 온통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혼자서 어떻게든 치워보려 했으나 찔끔 치우고 말고 또 찔끔 치우다 말고 이걸 계속 반복하다보니 이상하게 더 어질러져있는 광경이 펼쳐져버린 것이었다. 사실 미소 서비스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두번째였는데 첫번째때는 세 시간에 방이랑 화장실을 전부에 다 하시려고 하다보니 대충 겉으로만 봤을 때는 얼핏 정돈되어 보이긴 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거지도 대충 하고 그냥 물건들만 정돈한 느낌이랄까. . . 그래도 나머지 세심한 부분은 내가 조금씩 해야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조금씩 하기는 커녕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찾지도 못하겠고 또, 주방용으로 쓰려고 큰 맘 먹고 구입한 고가의 청소용 브러쉬들은 몽땅 화장실로 내팽개쳐져버려서 그걸 보자마자 조금씩 청소할 의욕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오신 분께는 화장실은 괜찮으니 방 청소만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이번 청소는 아주 만족감이 높다. 우선 설거지도 깨끗하게, 들러붙은 음식물 찌꺼기나 기름기없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고 쓰레기 버릴 시간이 아닌데도 큼직큼직한 쓰레기들은 가지고가서 버려주셨다. 그리고 나머지 쓰레기들. . . 20리터 봉투 9묶음은 나중에 시간 돼서 직접 버려주셔야 한다는 말을 남기셨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왜그렇게 나한테 위로가 되었는지 힘을 내서 왕복 10분이나 되는 거리를 세 번 왔다갔다해서 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대견스럽고 장하달까.

그리고 어제 산 종이컵에 프로틴 쉐이크를 우유 넣고 섞어서 먹었다. 먹고 난 종이컵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이상하게 짜릿했다. 세상에 이렇게 편리한 방법이 있었단 말인가!!

사실 내가 이렇게 다시 힘을 낸 계기가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을 다시 읽고 나서부터였다. 글에서 작가는 청소하는 귀찮음을 이겨내려고 자동으로 묶어 주는 쓰레기통에서부터 무선 청소기, 핸디 무선 청소기 그리고 무선 물걸레까지. . . 그야말로 청소에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업그레이드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인터넷 서치를 했다. 무선 청소기는 이미 갖고 있었고 핸디 무선 청소기는 딱히 필요 없을 것 같고 무선 물걸레는 집이 좁아서 둘 곳이 없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은 쓰레기통만 좋은 것으로 사면 되겠구나해서 고른 것이 쿠팡에서 산 5만원짜리 휴지통이다. 자동으로 묶어 주는 건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밀폐형 쓰레기통에 밟아서 뚜껑을 여는 쓰레기통으로 샀다. 집에 쓰레기통이 하나 있긴했지만 가로로 너무 길어서 20리터 쓰레기 봉투가 맞지 않았고 또, 안쪽으로 밀어서 여는 방식이라 꾹 꾹 눌러서 버리기 불편했으며 특히 안쪽으로 뚜껑이 들어가는 부분에는 쓰레기가 없어야 버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내 성격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 구입한 쓰레기통은 얼마나 만족해서 쓰고 있냐하면 약 80%만족하며 쓰고 있다. 우선 아쉬운 점은 뚜껑을 열어 둔 상태로 고정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과 쓰레기통이 꽤 커서 두 손으로 들고 이동해야되는데 손잡이가 한 쪽밖에 없어서 안에 쓰레기가 좀 차있을때 이동 하기에는 살짝 불안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일어선 상태로 발로 살짝 밟으면 뚜껑이 열려서 쓰레기 버리기 너무 쉽다. 그래서 하나 더 살까 했는데 가격이 후덜덜하기도 하고 또 최근에 알라딘에서 크레마 그랑데를 반 값 할인해서 샀는데 사은품으로 오픈형 10리터 쓰레기통을 고른 터라 더 안 사고 그걸로 쓰기로했다.

암튼 이제 퇴근시간이고 하니 오늘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쓰면서 깨달은건데 꼭 굳이 종이 노트에 쓰지 않고 이렇게 일 하는 틈틈이 폰으로 끄적거리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것 같다. 이제 앞으로는 점심 시간에는 밥 먹고 산책만 하고 일기는 일 하는 중간 중간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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