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면 어디서부터 생각해야하나 답을 찾기가 어렵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adhd였는데 방치한채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온건지. 아니면 성인이 되서 adhd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스스로 생각해봤을때 심각하게 안좋아진것같은때가 2015년 전후로 큰일을 겪고 일상생활도 일도 할수 없는 상태가 된것같다. 그때는 내가 겪은일에 대한 충격으로 화병이나 번아웃 이런것이 심하다고 생각했고 그 당시에 멍하기만 하고 기억도 드문드문 잘 나지 않았다 화도 났다가 울었다 무기력했다 정말이지 미친사람이 따로 없었다 우울증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갑상선 저하증떄문에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있나보다 어린시절 가정환경도 좋지 않았으니,참고 참다가 한번에 터졌나 생각만했다 고칠의지도 생각도 의미도 없었고 안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미련하게 7년이나 보냈다. 뭔가 치료를 받아야할 환경도 안됐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의지도 생각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내 상태에 무뎌질때쯤 또 한번 큰일을 겪고 그냥 내버려두기엔 도저히 살 수가 없어 겨우겨우 생각만 했던 병원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이것저것 검사후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심각한 상태라며,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중간에 나한테 더 잘 맞을것같은 병원으로 옮기면서 심리상담치료도 병행했다 중간중간 힘든상황이 올때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거나 더 바닥으로 가는일도 있었다 상담은 너무 힘들었다. 어린시절과 그간에 일들을 다시 기억해내는건 후련하거나 좋아지기 보단 더 괴로웠고 맨날 울고 오기만 하고 내 생각이나 감정을 잘 몰랐기떄문에 상담은 수월하지 않아 중간에 중단했다.
정신의학과 선생님과 2주에 한번씩 약을 처방받아 복용중에 내가 뇌파검사 한번 해볼까요? 라고 물어봤다 나는 우울증이 얼마나 나아졌나 더 나빠졌나 확인해보고싶어 검사해보고싶었다 그런데 한번도 생각해본적없는 adhd 얘기를 들었다. 선생님말씀이 내 뇌파가 전형적인 adhd뇌파라고..
내 생각에 나는 절대 adhd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adhd에 대해 알아볼수록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도 인정은 하지만 한편으론 진짜??하는 의문이 가득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원래 정리도 잘했고( 정리벽이 있냐 라는 말을 들을정도) 일을 다닐때도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학생땐 공부를 못했으나 성인이 되서 하고싶은 공부는 열심히 했고 성과도 있었다. 내 직업도 꼼꼼하고 세심함을 필요로하고 멀티가 잘 되야하는 직업이였다, 업무성과도 좋았기때문에 내가 왜 adhd인가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고 오만가지 감정과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지금 우울증약만 복용한지 10개월, adhd약을 추가로 복용한지는 한달정도 되었다 나는 항상 누군가 내 뇌를 열어서 내가 무슨생각을 하는지 내가 누군지 좀알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강할정도로 쓸때없는,안해도 되는 생각이 많았는데 adhd약을 복용한 이후로 신기하게 머릿속이 가벼운느낌.. 쓸때없는 행동들도 줄어들고 널뛰는 감정도 많이 나아졌다
아직 개선해야 할것들도 많고나에게 맞는 약의 용량을 찾는 중이라 혼란스럽고 불안한건 여전하지만 소소한 집안일도 버거워하던 내가 나아지고 내가 그렇게 원하던 '할 일이 있으면 제발 그냥 하자'에 가까워지는것같다
adhd에관한 책이나 에이앱에 여러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여기서 더 나빠질것도 없는것같아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고있다. 드라마틱하게 변화를 생각하진 않지만 아직도 일기를 쓰다가 안쓰기도 하고 기록용으로 사둔 새노트들도 아직 새것이고 책들도 읽다가 덮기도 한다. 어떤날은 심하게 잘 활동하다가 어떤날은 아무것도 하기싫고 약을 잘챙겨먹다가 가끔 못먹는 날도 있고 할일을 미루다 미루다 하거나 시작해도 중간에 그만두기도하고 뭔가 준비를 하다 갑자기 준비과정이 지쳐 그냥 드러눕기도 한다. 사람이랑 교류가 싫은것도 여전하다 이건 adhd티날까봐 더 싫어진것같다.
이 글을 쓰는것도 쉽지 않았다. 쓰다보면 얘기가 중구난방으로 퍼지고 쓰다가도 딴생각이 나서 멍때리다 그만두기도 했다. 지금도 조리있게 잘쓰는것 같지 않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지치는날도, 다 때려치고 싶은날도 많을것이고 지금도 한편으론 그렇다. 어떻게해야하나 하는 미리 걱정되는것도 한보따리고 그때가서 생각하자고 마음먹는것도 지금의 나한텐 쉬운일은 아닌것같다.
그럼에도 안하면 안되니까..해야 되기때문에 일단 그냥 하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