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앱을 가입했을 때가 어학을 마무리 할 때 였는데, 어느덧 정규 4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시간이 빠르네요!
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비대면수업 + 회사 원격 업무 병행 + 이사 후 새로운 연애 +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인연들 때문에 이전과 생활이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1) 관계
이전에 만나던 친구의 관계는 서로 도움은 되고자 했던 게 분명하지만 소위 말해 toxic relationship이었습니다. 우연히, 저한테는 정말 큰 행운같이 만난 애인은 애정표현도 별로 없고 기념일도 챙기기 싫어하지만 제가 아무리 화내고 열받아 해도 크게 동조하지 않는 희안한 사람입니다.
스스로의 독립하고 먹고살 기반을 만들지 않으면 한심한 사람,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참 천연덕스럽게 최대한 일하지 않고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그럴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은 되어보이네요. 긴 투병생활과 과거의 여러 트라우마로 고생했는데도 실리콘 매트마냥 구김살 없이 '무슨생각 해?'라고 물어보면 '아무생각도 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합니다. 허망한 웃음이 터지지만 생각해보면 뭐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기도 하죠...?
아무생각이 없어도 아무도 뭐라도 하지 않는 삶도 있다는 것을 몸소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과한 긴장과 불안을 좀 덜어내고 더 편하게 우리 가족들한테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가족들이 그런 모습을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어 너무 고마웠고요.
어느 환경이든 혼자서도 안정될 수 있는 사람이 멋있다는 말을 믿고 살아왔으나 애초에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환경에 나를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하단 걸 알았어요. 항우울제를 먹는 것보다, 매일 안아주고 장난치고 웃겨주는 사람들이 제 곁에 있어서 그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있고요.
사람에게서 힘을 얻고 꾸준히 누군가와 교류해야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타인 의존적인 것이 상태가 아니라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자 저의 하나의 중요 특성이라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2) 커리어 이번 학기에는 관심이 가는 강의 하나의 과제를 멋지게 해내서 점점 과제 점수가 만점에 가까워지더니 마지막 수업에서는 모범 답안으로 선정되어서 교수님의 화려한 칭찬을 들었습니다. 학부 연구생 광고를 하시던데, 이건 여러가지 사정상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구요. 생각보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전공과 제 성향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답이 없고 주관적이라 타인의 판단과 피드백을 거울삼아 평가되므로 눈치를 볼 일이 많고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해서, 그게 ADHD인 저에게는 참 괴로웠는데요. 비교적 그래도 답이 명확하고 모로 가도 서울만 도착하면 일단은 한숨 쉴 수 있는 학과 자체의 특성이 꽤 재밌게 느껴집니다. 세부적으로는 데이터를 다루는 쪽으로 공부하려고 합니다.
또, 학업은 엉망진창이 되긴 했지만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을 조금 모아놓은 것도 약간의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3) 생활습관 설탕, 액상과당, 과자나 군것질은 거-의 끊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20%정도 먹고요. 거의 매일 신선한 음식을 요리해서 먹습니다. 카페인도 거의 끊어서 이틀이나 삼일에 한 잔 정도 마시네요. 술은 과음하지 않는데, 애인이 맛있는 술에 빠져서 자꾸 권하네요...; 대신에 물을 많이 마시고, 비타민을 챙겨먹고요.
애인이 걷는 것을 좋아해서 예전보다 자주 걷고, 그래서 자주 샤워합니다. 우울과 짜증은 수용성이라는 말을 체감하고 있어요.
아침마다 이불 정리하는 습관이 들었고, 심각하게 방이 엉망이 되기 전에 2-3일에 한번은 정리정돈을 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아직 이런저런 고지서는 좀 밀리긴 하지만요. 아. 운동도 걷기 외에는 하지 않아요. 헬스장에 5개월치 요금을 기부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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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좋은 일들만 적어서 그렇지 여러 다툼이나 가족간의 분쟁, 개인적인 실수나 고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차대조표를 그려보면 이윤이 훨씬 많았던 그런 날들이었네요.
블로그에 들어오면 항상 이 달팽이 사진이 눈에 띄었는데요 재밌게도 며칠전에 제가
 비오는 날 달팽이들을 발견해서 이런 사진을 찍었거든요. 요즘 달팽이를 키우며 재미를 느낍니다. 느리지만 꾸준하고 생각보다 강한 생명력을 가진 애들이에요.
근래 찍은 달팽이 사진도 놓고 갑니다.
닭도리탕이 끓고 있네요. 저녁을 먹으러 가보겠습니다.
또 만나요! |